‘잊혀진 계절’이라는 흘러간 대중가요가 있다.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10월의 마지막 밤을…” 이라는 노래 가사의 첫 머리가 제목보다 더 유명해서 우리의 뇌리에 기억되어 있다. 노래의 마지막에 “언제나 돌아오는 계절은 나에게 꿈을 주지만 이룰 수 없는 꿈은 슬퍼요 나를 울려요” 라는 가사가 울려 퍼지면 어느새 눈시울이 뜨거워졌던 낭만의 노래였고, 그래서 10월의 마지막 밤은 아름다웠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이 10월의 마지막 밤을 ‘핼러윈 데이(Halloween Day)’라는 미국 문화가 들어와 순박한 토종 정서를 잠식해 버렸다. 고대 켈트족들의 겨울맞이 풍습에서 유래된 핼러윈 풍습은 가톨릭이 지배하면서 해마다 10월 31일을 죽은 성인들을 기리는 축제일로 의미전환 되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다시 종교적 의미가 모두 퇴색되고 상업주의에 물든 날로 바뀌고 말았다.
문제는 이 문화가 주는 영향에 있다. 이 축제는 핼러윈의 유래에 따라 귀신, 유령, 해골, 마귀, 마녀 등 죽은 사람과 관련된 무서운 가면과 의상들이 상술과 협작해 젊은이들의 정서를 병들게 하고 있다. 더구나 매년 서울의 백화점과 일류 호텔들은 앞다퉈 미라의 관, 거미, 해골, 뱀파이어, 드라큘라, 박쥐, 부엉이 등의 장식들을 검푸른 조명과 악마의 성 속에 진열하곤 한다. 그리고 핼러윈 점술 코너, 핼러윈퀸 선발대회, 무서운 표정 짓기 대회, 무서운 이야기하기, 해골형상의 호박 무게 알아맞히기, 두루마리 화장지로 미라 빨리 만들기 등을 이색 이벤트라는 명목으로 제공하고 있다.
여기에 곁들여 요란한 조명 아래의 술과 춤과 노래가 향락의 문화를 돋우고 있다. 그냥 재미라고 보기에는 심상치 않은 조짐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미국에는 좋은 것도 많은데 이런 해괴한 문화가 수입되어 한국의 젊은이들을 영적 해악된 길로 이끌고 있으니 마음이 아프다.
10월의 마지막 밤에 느꼈던 토종 정서가 되살아나길 바란다. 또한 10월 31일은 개신교의 종교개혁을 기념하는 날이다.
루터에 의해 촉발된 종교개혁은 인류 역사에 가장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는 날이므로 개혁의 분위기가 살아나야 한다. 그러나 개신교는 이날의 문화를 만들지 못했다. 말씀만을 강조하다가 문화를 놓쳐버린 것이다.
이제 10월의 마지막 밤은 아름답지 못한 공포의 밤이 되어가고 있다. 토종 낭만과 종교개혁의 의미는 이제 정말로 ‘잊혀진 계절’이 되어가고 있다.
문성모 목사
<전 서울장신대 총장•강남제일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