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전 서울동노회는 장로 노회장이 목사 안수식 때 서약과 선포를 둘 다 하느냐 둘 중 하나만 하느냐 하는 문제로 장로들과 목사들이 대립하면서 2년 6개월 동안 노회가 파행되는 아픔을 겪은 적이 있다. 사실 이전부터 여러 노회에서 장로 노회장이 목사 안수에 참여하는 문제로 논쟁이 있어왔다.
이때 나온 주장 중에 ‘목사는 사도직이며 성직자이지만, 장로는 아니다’라고 주장하는 목사가 있었고, 반대로 ‘개신교에 사도직은 없다, 루터의 만인제사장설을 예로 들며 장로도 성직자라고 하는 장로도 있었다. 넓은 의미에서 보면 교회 내의 목사직이나 장로직 그리고 집사직 권사직 모두 거룩한 성직(聖職, holy job)이며, 교인들은 모두 성도(聖徒)이다. 사전적으로 성직자는 ‘신자들에게 정신적, 도덕적 지도를 하며 교리의 해설과 설교를 하고 종교의식을 거행한다’고 되어 있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는 과연, 나 자신이 성직자라고 말할 수 있는 ‘장로’가 맞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교회의 예식에 참여하고, 장로 가운을 입을 때만 성직자가 아니라, 우리의 가정과 일상 속에서 성직자 같은 삶을 살고 있는지, 우리의 생각과 언행은 성직자처럼 하고 있는지 되돌아보아야 한다.
오늘날 우리 시대는 성직자 같지 않은 목사와 장로가 너무 많아 오히려 진정한 성직자를 찾기가 힘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따금 유명인들이 죽고 나면 그의 장례식 때 위패에 OOO성도, OOO집사 라고 써 있는 TV 화면을 보며 “저 사람도 기독교인이었어?” 라고 의아해 하는 경우가 있다. 평소의 그의 삶에서는 기독교인 것을 전혀 모르다가, 그의 장례식 위패를 보고서야 그 사람도 교인이었다는 게 알려진다면 부끄러운 일이 아닐까? 살아있을 때부터 ‘그 사람의 삶에서 자신을 희생하며 선한 일을 하는 모습을 보니 크리스천이 역시 다르구나’ 하고 세상 사람들이 인정해 주어야 하지 않을까? 얼마 전 몇 십 년 만에 고등학교 동창회에 나갔는데 친구들이 모두 ‘장로님 오셨냐?’고 인사를 해왔다.
그때 어떤 친구가 ‘교회 장로이면 높은 거냐?’고 묻자 다른 친구가 하는 말이 “그럼, 장로는 원래 목사보다 높은 거야, 목사를 데려오고, 내보내기도 하는 게 장로야” 라고 말했다. 그러니 교회에 다니지 않는 친구들도 장로라고 하면, 꽤 높은 직분이고, 책임 있는 직책이라고 보는 것이다. 세상 사람들은 오늘날의 교회를 비방하면서도 다른 한편 교회가 세상의 소금 같은 기능을 해주길 기대하고 있다.
그들은 비록 ‘죄가 많아서 자기는 교회에 나갈 수 없다’고 말하면서도, 교회만큼은 청결하고 세상을 향해 그리스도의 사랑과 희생을 보여주고 바르게 인도해 주길 기대하고 있다. 우리는 기름부음 받은 장로로서 세상에 그리스도의 향기를 내어야 하겠다. 오늘날 세상으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는 교회가 다시금 구원의 자리, 치유의 자리, 은혜의 자리로 회복되도록 만들어야겠다. 그 일에 앞장서는 우리가 되길 소원한다.
이상길 장로
<서울동노회장로회 회장,
광석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