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밤 셋째 작은 시아버님께서 오셔서 ‘결혼을 했으면 시집에서 살아야 하는데 친정에 왜 갔느냐!’ 하시며 앞으로는 친정에 가지 말라는 말씀을 하시고 가셨다. 둘째 작은 시아버님과 셋째 작은 시아버님께서 며칠에 한 번씩 저녁이면 교대로 오셨었다. 새사람 들어왔다고 좋아서 오신다고 하셨으나 나로서는 저녁이면 밤늦도록 말씀을 들어야 하는 것이 시집살이였다.
낮에는 어머님께서 내가 적적해 한다고 외삼촌 댁에서 재봉틀을 빌려다 놓으시고 아버님과 큰 시동생 입던 옷을 막내 시동생 옷으로 만들게 하셨다. 생전 재봉을 해 보지 않은 데다가 시어머님 방에서 낮 동안 내내 있어야 하는 것이 힘이 들었다.
시아버님께서는 횡성고등학교 교장님으로 계시며 주말이면 오셨었다. 나는 결혼하고 다음 달 5월 2일 나의 모교인 춘천여자중학교 교사로 취임했다.
시집살이와 교직 생활을 병행하려니 힘이 들었다. 그러나 시어머님의 정성의 보살핌으로 큰 어려움은 없었다. 하나의 어려움은 내가 전공하지 않은 국어교사로 발령을 받은 것이다. 다행히 취미가 있었던 과목이었으나, 공부하면서 가르쳐야 하는데, 시집에 살면서 공부할 시간적 여유가 없어 힘이 들었다. 공립학교는 몇 년에 한 번씩 이동이 있었기 때문에 시아버님께서 지방에서 근무연한을 마치시고, 춘천여자중·고등학교 교장님으로 오시게 되셨다. 나는 시아버님을 교장님으로 모시고 근무를 하게 되었다. 시아버님은 성품이 수줍은 편이시고 정직하시고 근면하신 분이셨다. 어느 날 시아버님께서 “이제 학교 그만두고 집에서 아이 잘 기르며 살림 하는게 어떻냐?”라고 말씀을 하셨다. 나는 “생각해 보겠습니다”라고 말씀드린 후 많은 고민을 했다.
시아버님은 함께 근무하는 것이 불편한 것도 있으셨겠지만 시어머님을 생각하셨던 것 같았다. 종갓집이라서 행사도 많고 시할아버님 내외도 모셔왔고, 시동생 두 분, 시누이, 우리까지, 대 식구를 어머님 혼자 살림을 하시기는 너무 힘이 드셨던 것 같았다. 나는 아쉬움을 남기고 사직을 했다.
신앙문제
시아버님께서 춘천 여자중·고등학교 교장님으로 오신 후 관사로 이사를 하게 되었다. 그래서 관사로 이사한 후에 작은 시아버님 댁에서 사시던 시할아버님 내외분을 모시게 되자 제사도 지내야 했다.
남편이 교회에서 주일학교 부장이고 여러 활동을 해서 기독교 가정인 줄 알았는데 결혼하고 보니 시부모님은 젊으셨을 때만 교회를 나가셨고 그 후로는 교회를 나가지 않으셨다고 했다. 모신지 1년 후 시할아버지께서 세상을 떠나셔서 장례가 끝나자 방 하나에 상을 차려 놓고 매일 아침과 저녁에 상식을 드렸다.
새 며느리가 해야 한다고 하셔서 나는 할 수 없이 1년을 그리했다. 매달 초하루, 보름에 상망(想望)을 지낼 때는 시아버님 형제분들의 가족이 다 오셨다. 나는 기독교 가정에서 자랐기 때문에 얼마나 죄책감에 시달렸던지 위장병이 생겼다. 시부모님께서는 남편과 남편의 형제들 모두 교회에 나가는 것을 막지 않으셨으나 나는 교회도 마음대로 나가지를 못하게 하셨다. 신앙문제로 갈등이 많이 생겼었다.
함명숙 권사
<남가좌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