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광장] 신문 전면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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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일간신문에 전면광고를 내려면 요즘 4천만 원에서 많게는 1억 원 가량을 지불한다고 한다. 큰 돈이 드는데 비해 사람들이 전면광고의 내용을 별로 신뢰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차라리 1단짜리 기사 하나만도 효과가 없다고 하는 말도 있다. 사실 신문이 30-40페이지씩 찍어 나오는데 그 중 어디 한쪽을 몽땅 차지하더라도 그냥 넘겨버릴 수도 있고, 대기업이 신상품이나 새 프로젝트를 홍보하려고 전면광고를 내면 독자들이 그 회사의 존재를 계속 기억하도록 하려는 것 정도로 인식되어 크게 주목을 끌지 못한다. 신문 두 장이 겹쳐 넘어가 애써 펼쳐 열어보니 양쪽이 다 전면광고일 때는 짜증이 나기도 한다. 

제일 민망스러운 것은 어떤 사람이 순 개인적이고 보편 타당하지 않은 내용을 세상에 알리겠다고 주요신문에 전면광고를 내는 경우인데 ‘이 사람 돈만 버리는구나’하고 혀를 차게 된다. 그런 얼토당토않은 내용을 수입을 올리려고 실어주는 신문이 딱하지만 신문도 영업이니 그러겠지 하고 만다. 하지만 신문의 사회적 기능을 고려하면 이런 경우에 어떤 분명한 기준이 있어서 광고를 받아주거나 물리치거나 하는 선별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혹세무민 하는 내용이라든지 국가의 기본질서를 부인하는 것이라든지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것, 미풍양속을 해하는 것 등은 아무리 큰 돈을 내더라도 게재해서는 안된다. 

그런데 엊그제 내가 정기구독하는 조선일보에 또 『이제 온 천하는 잠잠하라』라는 제목의 전면광고가 실렸다. 은혜로교회라는 데서 같은 제목으로 주요 일간신문을 돌아가면서 75번째로 싣는 광고라고 하는데 ‘하나님의 법으로 온 세상 거짓을 판결한다’는 부제가 달려있다. 여태까지는 어느 기독교 선교단체가 세상에 말씀을 전하려고 신문지면을 사며 활동하는가 보다 하고 넘겨버리곤 했는데 이번엔 약간의 호기심이 생겨 내용을 들여다보았더니 놀라운 말들이 들어있다. 소제목들만 보아도 ‘하나님과 동등됨을 취한 예수의 악행’이니 ‘바람에 속한 예수, 성령을 받지 못한 예수’니 하면서 이단적 주장을 늘어놓고 있다. 

조금 더 살펴본즉 광고의 주체는 수년전에 개신교 모든 교단으로부터 이단으로 판정을 받은 유사종교단체로서 여자교주가 따르는 무리들을 남태평양 피지섬으로 데려가서 집단농장을 경영하며 감금, 폭행 같은 불법적인 짓을 벌여 당국의 수사를 받고 이내 국내에서 체포되어 1심에서 6년징역을 2심에서는 그보다 중한 7년형을 선고받아 현재 복역중이라고 한다. 그런 형편에서 어떻게 거액의 광고비를 조달해 끈질기게 신문광고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지 우리사회의 미스터리 중 하나가 아닐 수 없다. 그들은 식료품을 만들어 팔고 하면서 거액의 광고비를 장만한다고 하는데 그런 불쌍한 사람들의 돈을 받고 난센스에 불과한 말들에 지면을 나눠주는 신문사는 도대체 뭐하는 곳인가?

이런 광고는 요즘 부쩍 늘어난 부실언론의 가짜뉴스만큼 사회에 해독을 뿌리는 것인데 주요 신문들이 합의해 일체 거부하기로 작정하길 권한다. 모두 어려운 재정형편을 호소하겠지만 이런 유해광고가 거듭되면 결국 신문의 질을 떨어뜨리고 사회의 신뢰를 상실해 독자를 잃게 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이 땅의 신앙인들과 양식을 지닌 사람들은 오늘 제멋대로의 뉴미디어 홍수 속에 그래도 건전한 상식의 토대 위에서 거짓이 배제된 좋은 신문 두어 개는 항상 보고싶은 간절한 소망을 갖는다. 

김명식 장로

• 소망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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