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금 결코 보고 싶지 않은 사생아들의 세상을 보고 있다. 교회적 사생아와 정치적 사생아 등 이들의 출현은 우리의 삶을 복잡하고 절망하게 한다. 알박기로 거액의 돈을 받아 챙기는 교회와 목사의 이야기에서부터 우상이 되고 싶어 교회에 자신의 모형을 세워둔 교회 이야기, 나아가 21세기에는 결코 나타날 수 없는 반민주적 권력자와 그 주변의 이야기까지 우리는 지금 온통 괴물로 변한 사생아들의 이야기에 몸서리치고 있다. 문제는 그들을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이 하나도 없다는 무기력이며 저항할 수 없는 무섭고 강력한 권력 앞에 선 자의 절망감이다.
분명히 짚고 가야 할 것은 그들이 어디서 출현한 괴물들이며 사생아들인가를 묻고 답해야 한다는 것이다. 해결책이 없고 절망적이지만 그들의 출현에 대하여는 분명 우리가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나는 그 책임의 일단이 기존의 교회와 목회자의 것임을 인정한다. 우리가 그들을 키워주었다. 그들은 한국교회가 키워준 사생아이며 괴물이다. 정의롭지 못함을 알면서도 눈감아주고 반드시 ‘아니’라고 말해야 할 때에 우리 모두가 침묵했음으로 만들어진 우상이다. 그것을 세상은 침묵의 카르텔이라 한다지만 우리는 침묵의 공범들이다. 침묵은 때로 같지 않아 말로 다그치지 않으려는 반대의 의미일 수도 있겠지만 여기서의 침묵은 비겁함과 공범의식의 또 다른 말에 불과하다.
정의를 말했지만 사실 우리는 정의롭지 못했다. 민주주의를 말했지만 우리는 민주주의를 알지도 실현하지도 못했다. 민주주의를 실현하라고 쥐어준 권력은 너무도 무능했으며 민주주의를 실현할 만한 실력이 없었다. 부패한 자들을 처단하고 새로운 세상을 만들 것을 기대했지만 그것을 실현할 능력과 철학이 없었으므로 지금 우리 앞의 사생아의 출현은 오롯이 우리의 것이다. 민주주의라는 구호만을 들고 살아온 무능한 운동가들의 철없는 실험은 그렇게 막을 내렸다. 그 안에 몇 명의 변절자들이 생겼으며 그동안에 몇 명의 반역자들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그 모든 책임은 오직 민주주의라는 구호를 밥 먹듯 외쳐온 이들의 것이다. 그들은 민주주의가 갖는 무게와 위험의 이중성을 깨닫지 못했다.
그동안 교회는 무엇을 했던가! 정말 웃기는 집단임을 공개적으로 세상에 보여주는 것을 넘어 이제는 완전히 양아치들의 집단임을 자랑하고 있다. 그동안 교회는 전쟁을 한 듯하다. 권력과의 전쟁인지 이념과의 전쟁인지 아니면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처절한 자기방어의 전쟁인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 전쟁에서 이긴 것은 분명한 듯하며 그리고 그 전리품으로 기득권을 지키게 되었다. 어떤 이는 알박기로 떼돈을 벌었다는 소식과 어떤 이는 권력자의 위치를 더욱 공고히 갖게 되었다는 소식까지 들린다. 그러나 어쨌든 그 모든 소식의 공통점은 우리가 세상이 버린 집단이 되었다는 것이다. 교회는 이긴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세상에 절망감을 주었고 그것은 우리의 패배다.
유해근 목사
<(사)나섬공동체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