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동부 해안 조그만 마을에 큰 바위가 하나 있습니다. 그 바위에는 ‘1620’이라는 숫자가 새겨져 있는데 그 의미는 1620년 9월 20일, 65일 동안 성인 70명 아이들 32명 총 102명이 대서양을 건너서 그 곳에 도착한 해를 말하는 것입니다. 영국에서 출발했던 항구의 이름을 따라 이 작은 해안 마을의 이름은 플리머스라고 부릅니다. 당시 그들이 타고 온 배는 와인을 실어 나르는 무역선이었습니다. 무슨 이유로 102명의 사람들은 대서양을 건너 왔을까요?
당시 이들이 살던 영국은 헨리 8세가 왕이 되어 통치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헨리 8세의 결혼생활에는 여러 가지 문제가 있었습니다. 이에 종교적인 지지가 필요했던 헨리 8세는 영국왕을 수장으로 삼는 새로운 교회를 세우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세워진 영국교회는 서로를 핍박하게 되고 박해로 인해 많은 사람들은 종교의 자유를 찾아 영국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이들은 신앙의 순수성을 찾아 나왔기에 ‘정화된 신앙인들’ 즉 ‘퓨리탄, 청교도’라고 불리게 됩니다.
이 청교도들은 처음에는 대서양이 아닌 네덜란드로 향했습니다. 네덜란드는 작은 나라였으나 상업과 무역이 발달했습니다. 종교의 자유를 찾아 네덜란드에 도착했지만 낯선 언어와 문화 때문에 정착에 어려움을 겪게 되었습니다. 자녀들이 자유로운 네덜란드 문화에 동화되고 풍요로운 삶에 빠져들어 퓨리탄의 정신을 잃게 될 것을 두려워하게 됩니다. 결국 10년의 세월을 지낸 후 이주를 결심합니다. 그래서 떠난 곳이 대서양을 건너 미국으로 향하게 되었습니다. 이들이 그곳을 떠날 때 붙들었던 말씀이 창세기 12장 1절입니다. “여호와께서 아브람에게 이르시되 너는 너의 고향과 친척과 아버지의 집을 떠나 내가 네게 보여줄 땅으로 가라.”
아브람은 고향 우르라는 곳에 살고 있다가 아버지와 함께 하란으로 왔습니다. 하란도 살기 좋은 지역입니다. 풍요로운 땅, 익숙한 환경, 친구들과 가족들이 함께 살아가기에 좋은 곳입니다. 이런 하란을 떠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하나님은 목적지도 보여주지 않고 ‘내가 네게 보여줄 땅으로 가라’고 합니다. 그 땅은 가나안입니다. 전혀 알지 못하는 그곳에서 하나님을 섬기며 이웃을 섬기며 디아코니아 삶을 살아가는 것이 하나님의 명령입니다. 아브람은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었습니다. 왜 그를 택했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이것은 하나님의 선택이요 주권입니다. 우리도 주님이 선택해 부르셨습니다. 그러하기에 익숙한 삶의 자리를 떠나 새롭게 도전하는 결단이 필요합니다. 또한 우리의 직장과 일터에서 말씀을 붙들고 하나님을 섬기며 이웃을 섬기는 디아코노스의 삶을 살아야 합니다.
김한호 목사
<춘천동부교회 위임목사•서울장신대 디아코니아 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