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서 엄청난 전쟁 난민들이 몽골로 들어가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으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강제징집에 저항하는 러시아 젊은이들의 난민 행렬이 몽골 사회를 혼란 속으로 몰아가고 있다. 울란바토르 곳곳에서 러시아 난민들에 의한 범죄가 일어날 조짐이 보이고 있다. 징집을 거부한 젊은이들이 러시아로 돌아가게 되면 징역을 살게 되니 차라리 범죄자가 되어 몽골 감옥에 가는 것이 안전하다고 해 이상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나섬이 오랫동안 기도하는 가운데 뜻있는 교회의 협력으로 2019년 몽골평화캠프가 완공되었으나 코로나 팬데믹으로 사실상 문을 닫아 놓았었다. 그런데 이번에 러시아 난민들이 몽골에 몰려오면서 몽골평화캠프에 러시아 난민들이 머물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현지 목회자들의 요청을 받게 되었다. 평화사역을 위해 세워진 캠프이니 러시아 난민들이 그곳을 사용한다면 좋은 일이다. 우리는 알지 못했지만 하나님께서 허락해 만들어주신 공동체가 오늘 이렇게 쓰임 받게 되었으니 이 또한 의미 있는 일이 아니겠는가!
우리는 전쟁을 피해 난민이 된 나그네들을 섬기며 사랑할 책임이 있다. 그것이 교회의 역할이다. 그런 의미에서 몽골평화캠프는 전쟁과 폭력에 저항하며 길을 나선 이들의 집이 되어야 할 것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우리와 어떤 관계가 있을까 싶지만 사실은 어떤 존재도 전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 역사의 가르침이다.
얼마 전 우리 나섬의 뉴라이프선교회가 있는 동대문 비전센터에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 찾아왔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나는 더 깊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 또한 우리가 할 일임을 직감적으로 깨달았다. 이미 우리는 동대문 비전센터에 유라시아 유니온교회를 설립할 계획을 하고 있었다. 유라시아 유니온교회는 몽골초원에서 중앙아시아를 거쳐 우크라이나까지 구소련 연방의 모든 국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열린 교회다. 우리가 유라시아라고 부르는 나라들이 구소련 국가에 속한 나라들이다. 한때는 소련이라는 사회주의 국가로 혹은 몽골처럼 소련의 위성국가로 사회주의 체제 속에서 살아온 형제국가들이었다. 그럼에도 이제는 전쟁을 하고 그 전쟁을 피해 몽골 평화캠프에까지 찾아온 이 기구한 역사의 만남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나는 이 모든 것들에 하나님의 섭리가 있음을 깨닫는다. 우리는 그 섭리와 계획 속에서 살아야 한다. 그것은 몽골평화캠프를 평화사역의 현장으로 사용하는 것이며 나아가 동대문 비전센터에 유라시아 유니온교회를 만드는 것이다. 그것이 내가 고백하는 지금의 시대정신에 대한 순종이다. 몽골평화캠프에서의 러시아 난민들을 위한 섬김의 사역과 동대문 유라시아 유니온교회의 사역에 동참할 이들이 필요하다. ‘주여! 제가 여기 있사오니’ 하며 손 번쩍 들고 찾아오는 이들을 환영한다.
유해근 목사
<(사)나섬공동체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