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대학생들과 시민들의 주도로 발생한 텐안먼 사건(1989)이 중국 공산당 정부가 전차를 앞세워 유혈 진압한 바 있다. 그후 2019년 홍콩 시위도 유혈 진압했지만, 시진핑 정부가 장기적으로 안정을 지속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뜻하지 않은 사태가 발생했다. 2022년 11월 26일부터 28일 사이에 베이징과 상하이 대학생들을 비롯해 중국의 50개 대학교의 대학생들이 “코로나 봉쇄를 풀고 자유를 달라”, “공산당과 시진핑 물러가라”는 구호까지 부르짖으며, 제로 코로나 정책을 비판하는 백지혁명(白紙革命)이라고 불리는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다. 이런 백지혁명운동은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라는 인간 기본권 문제로 확대되고 있으며, 해외 중국 유학생들을 중심으로 ‘시진핑 퇴진’ ‘공산당 퇴진’ 운동으로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북한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표방하고 있지만, 70년 이상 99% 참석에 100% 찬성 투표와 3대 세습체제를 통해 주권재민(主權在民)을 말살하고, 혹독한 독재의 폭정을 통해 얼마나 많은 무고한 주민들이 희생의 제물이 되었던가? 특히 고난의 행군 시기에 최소 일백만 명 이상의 북한 주민들이 억울하게 굶어 죽었다고 한다. 이것은 불가피한 천재가 아니라 모순된 체제와 잘못된 통치로 인한 인재로서,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분노가 치밀어 오르지 않을 수 없다. 그래도 책임을 지는 양심적인 통치자는 하나도 찾아볼 수 없었다.
지금은 좌와 우를 넘어 실사구시(實事求是)를 추구하는 탈이념시대이다. 프롤레타리아혁명을 통해 우리식 사회주의를 건설한다는 구실로 죄 없는 주민들을 짓밟고 현대판 노예처럼 억압하고 인권을 유린해도 되는 것인가? 김정은의 생명이 소중하면 주민의 생명도 소중하다. 인간은 천부적으로 생명권을 보장받을 권리가 있고, 국가의 중요한 목적의 하나는 주민의 생명권 보장이다. 이념이 생명보다 더 소중하다는 궤변적 가치관은 하루속히 청산되어야 할 것이다.
북한의 청년학생들은 편향적 이념의 교육 속에서도 그래도 양심을 지킬 수 있는 최후 보루의 지성인들이다. 청년 때는 정의감이 가장 강한 시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년이 불의를 보고도 방관하고 굴종만 한다면 희망이 없다. 청년은 시대의 등불이요 겨레의 소망이다. 그러므로 청년이 죽으면 미래가 없다. 위대한 역사는 용기 있는 자들의 것이다.
북한은 정의감에 불타는 뜨거운 심장을 가진 청년학생들의 의로운 행동이 절실하게 요청되는 때다. 이들의 시민혁명적 민력(people power)의 작동이 새로운 시대 창조의 원동력이 되길 간절히 소망한다. 자유와 정의의 실현은 용기 있는 자들의 피의 소산이다. 평양의 봄은 결코 거저 오지 않을 것이다. 입만 살아 있고 행동 없는 지성인은 죽은 자나 다름없다. 저마다 자기만 살고자 하면 모두가 죽을 것이요, 모두가 죽고자 하면 모두가 살 것이다.
이제 북한 청년학생들은 세계사의 변화에 눈을 뜰 때가 되었다. 세계사는 청교도혁명, 미국독립혁명, 프랑스혁명 등 시민혁명을 통해서 코페르니쿠스적 변화가 일어났다. 세계사의 흐름은 사상의 다양성 문화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특히 프랑스혁명 때 강조된 자유와 평등의 이념은 공유적 이념으로 이해해야 한다. 자유와 평등 중에서 어느 한 이념만을 강조한다면, 그것은 편향적 사고다. 좌와 우는 공유와 공존의 개념으로 이해해야 한다. 세계사는 탈이념의 시대로 흐르고 있기 때문에, 북한은 이념의 동굴에서 하루속히 탈출해야 소망이 있다. 이제 북한의 청년학생들은 4‧19혁명 때 남한의 순수한 청년학생들이 행동했던 것처럼, 자유 민주 정의 사회의 실현을 위해 순교자적 정신을 가지고 용기 있게 일어설 때가 되었다. 두려워하지 말라. 진리의 창조자인 신은 정의 편에 서 있다. 청년학생들은 시대적 사명을 가지고 역사의 수레바퀴를 바꾸기 위해 용기 있게 빛을 발해야 하리라.
조인형 장로
– 영세교회 원로
– 강원대 명예교수
– 4.18 민주의거기념사업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