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잔치에 참석하면 누가 주인공인지를 자연스럽게 알 수 있지만 때로는 주객이 바뀌는 경우를 왕왕 경험하게 된다. 특히 국가를 대표해 해외에서 국위를 선양하고 이름을 떨치고 돌아와 열리는 환영잔치의 주인공이 이 행사와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정부 고위관계자가 차지하는 경우를 왕왕 볼 수가 있으며, 따라서 수고했던 주인공은 옆으로 밀려나서 행사를 위해 장식되는 하나의 작은 구성원으로 전락하는 경우를 많이 목격했다. 그런 면에서 얼마 전에 있었던 월드컵 경기에 출전했던 선수들이 금의환향했을 때 그들을 환대하는 인천공항에서의 영접 행위나, 그 후에 그들을 위로하고 축하하는 환영연의 주인공은 과거와는 달리 진정으로 선수들이 누릴 수 있었다. 온 나라가 그들의 노고를 위로하고, 치하하면서 진정에서 우러나는 박수를 보내는 아름다운 정경을 보여주었다. 이는 이번 경기를 위해서 길게는 4년간의 뼈를 깎는 인고(忍苦)의 노력을 기울였던 선수들에 대한 예우며, 이번 월드컵 경기를 위해서 열성적으로 싸우고 돌아온 선수들을 맞이하는 올바른 대접이었다. 비록 그들은 세계 1위의 브라질에게 5대 1의 스코어로 석패해서 16강에 진출하지는 못했지만 어려운 악조건에 아직은 실력이 미치지 못했어도 최후까지 모든 열정을 바쳐 아쉬움 없이 경기를 마치는 투혼에 국민들의 절대적인 박수를 받았었다.
이들은 서울에 도착하자마자 피로도 풀기 전인 지난 12월 8일에 윤석열 대통령의 초청으로 청와대 영빈관에서 환영 만찬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과거 관례대로 축구협회 임원이나 문체부 관계자들은 모두 제외되고 벤투 감독을 비롯한 코치팀 그리고 손흥민 선수를 비롯한 21명의 선수들과 이들의 뒷바라지를 담당했던 많은 관계자들만이 초청된 순수한 축구팀원들만의 잔치였다. 게다가 더욱 획기적인 사실은 과거에는 정부의 높은 사람들의 차지였던 헤드테이블에는 윤대통령 내외와 벤투 감독 그리고 통역 옆에는 수석 코치, 또한 우리의 호프 손흥민 선수가 자리한 것은 당연했지만, 이 테이블에는 비록 선수 명단에는 포함되어 있지만, 한 번도 경기에 출전해보지 못하고 벤치만 지키다가 돌아온 조현우 골키퍼를 착석시킨 것이나 부상을 입어 어려운 손흥민 선수의 대타로 만일을 대비해 예비적으로 선발되어 비정규선수로 참여했던 오현규 선수까지 배려해준 자세는 우리 모두를 감동시키기에 충분했다. 더욱이 만찬 서두에 “결과가 어떤 것과 관계없이 저와 우리 국민에게 여러분은 월드컵 우승팀입니다. 축하드립니다”라고 한 인사말은 최고의 따뜻한 찬사라고 말하고 싶다. 이러면서 진행된 만찬은 그야말로 화기애애했으며, 대통령은 까다로운 격식을 떠나 동네 아저씨같은 소탈한 태도로 만찬을 이끌었기에, 이제 활기를 띠는 MZ세대의 선수들은 격의 없이 만찬을 즐겼고 분위기는 정말 따뜻했다. 심지어는 단체 사진을 찍는 중간에 조규성 선수가 자신의 셀카로 익살을 부리며 사진을 찍어도 무난하게 용서(?)받는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런 일이 정녕 오늘날 한국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인가를 알기 어려운 따뜻하고 포근한 만찬장의 정겨운 광경이었다.
코로나와 어려운 경제문제로 지구촌이 어두운 구름에 휩싸여 있을 때에 얼마간이라도 기쁨을 주는 행사였으며, 비록 16강에는 들지 못하는 아까운 전적이었지만, 그래도 열심히 했다고 위로하며 칭찬하는 국민성에서 새로운 희망을 엿보게 되었다.
백형설 장로
<연동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