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교회 안에 여전도회가 있다는 것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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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나눔 있는 곳에’(Ubi caritas et amor)라는 단순하고 짧지만 깊은 울림을 주는 찬양이 있다. 이 찬양의 근원지는 프랑스의 떼제 공동체이다. 이곳은 프랑스 부르고뉴 지방 남부의 떼제(Taizé)라는 작은 마을에 있는 공동체이다. 이 공동체는, 1940년 8월, ‘로제’라는 25살의 청년이 프랑스의 작은 마을 떼제에 홀로 와서 정착하면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는 그리스도인의 분열과 인류의 갈등을 극복하는 길을 모색하던 중 매일 화해의 삶을 구체적으로 살아가는 공동체를 세우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당시 그는 피난민들, 특히 독일 나치의 탄압을 피해서 온 유대인들을 우선적으로 숨겨 주었고, 전쟁이 끝난 다음에는 독일군 포로들을 돌보아주었다. 그 뒤로 차츰 다른 형제들이 동참해 공동체를 이루게 되었고, 오늘날 떼제 공동체 형제들 출신은 25개국 이상으로 초교파적인 모임을 이루어 모든 대륙을 망라하고 있다. 

떼제 공동체는 초기에는 유럽을 영적으로 구원하기 위해서 세워진 개신교 영적 공동체였으나, 지금은 세계 전체를 아우르는 기독교의 대표적인 영적 공동체가 되었다. 프랑스는 떼제 공동체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매년 세계 각국에서 수천 명의 청년들이 기도하러 모이는 최고의 명소가 되었다. 프랑스에 떼제 공동체가 있듯이 한국교회에 여전도회 공동체가 있다는 것만으로 사회적으로 상처받고 소외당한 이들이 교회로 몰려드는 명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소속감이 약화된 교인들이 교회를 이탈해 부평초처럼 떠돌고 있다. 그들을 공감과 소통으로 품어 안으면서 선교와 봉사의 역동성을 회복시킬 수 있는 어머니와 같은 존재가 필요한 시대이다. 이러한 역할은 여전도회가 가장 잘할 수 있다. 한국교회의 영적 자산인 여전도회가 지교회 안에서 먼저 활성화되어야 한국교회도 영적 회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여전도회 주일이 의미 있게 활용되기를 바란다. 

여전도회주일은 본 교단 총회의 목회력 중 1월에 가장 먼저 등장하는 주일로서, 그 기원은 1936년 제25회 교단총회로 거슬러 올라간다. 본교단 총회가 파송하고 여전도회전국연합회가 전담 후원해 1931년 9월 중국 산동 지역에 파송한 김순호 선교사가 안식년에 귀국해 선교 보고를 하자, 총대 전원이 큰 박수로 그 노고를 치하했다. 1928년 여전도회가 전국적으로 연합조직망을 갖춘 지 불과 3년 후의 일이었다. 그해 9월 10일, 교단총회는 매년 1월 셋째 주일을 ‘여전도회주일’로 제정하고, 총회 산하 전국의 모든 교회가 그 특별한 주일을 지키며 기도와 헌금으로 격려함으로 여전도회원들의 선교정신을 기념했다. 

2023년 여전도회 주일은 제86주년을 맞이한다. 여전도회 125년의 역사를 지내는 동안 회원들은 자신이 직접 선교사로 갈 수는 없지만 ‘선교사를 보내는 선교여성’으로서 함께 기도하며 하나님의 통치가 세계 곳곳에 펼쳐지기를 소망해왔다. 여전도회 주일은 단순히 예배 헌금을 모아 해외선교사를 지원하는 일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여전도회 주일은 문자 그대로 ‘교회 여성들에 의한, 교회 여성들을 위한, 교회 여성들의 날’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여전도회 주일이 여성의 역할 및 여성 지도력 개발과 활용 방안을 함께 모색하고 발전시키는 기회로 활용될 수 있기를 제안한다. 

여전도회 주일이 포함된 1월 셋째 주일 전후를 ‘여성 주간’으로 지정해 여성들을 위한 특별 프로그램으로 진행하면 좋을 듯하다. 교회 안에 내재되어 있는 여성들의 잠재력, 즉 각종 은사와 능력, 지도력을 개발할 기회를 적극적으로 부여하고, 각종 집회와 세미나를 통해 여성들의 지위와 역할 증대 및 참여의 필요성을 강조함으로써 여성 지도력의 필요성과 타당성을 여성들 스스로, 그리고 전체 교인들이 함께 인식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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