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에 ‘멋있다’와 ‘맛있다’는 말이 있다. ‘멋있다’는 말은 주로 눈으로 느끼는 ‘생김새’, ‘모습’에 대한 형용사이고, ‘맛있다’는 주로 혀로 느끼는 먹거리의 맛에 대한 감각이다. 지금 10살짜리 우리집 손자는 어릴 때 “예쁘다”고 하면 싫어했다. 그가 좋아하는 말은 “멋있다”는 말이었다. 여하튼 어떤 사람이나 대상에 대한 평가어로서 ‘멋있다’와 ‘맛있다’는 칭찬과 호의(好意)적인 긍정평가다. 긍정평가를 들으면 에너지(氣)가 생긴다. 의욕도 생기고 자신감도 생기고 기쁨도 생긴다. 아마 인체 내에서는 힘을 발휘하는 엔돌핀이 분비되기도 할 것이다. (1) ‘성공 분석 연구소’에서 자기 뜻을 이룬(성취) 사람들의 공통점을 조사해 발표한 적이 있었다. 그 가운데 한 항목이 “맛을 안다”는 것이었다. a. 눈물 젖은 밥맛을 안다. b. 잠깐 눈을 붙인 단잠 맛을 안다. c. 혼자 울어본 눈물 맛을 안다. d. 자살을 부추기던 유혹의 맛을 안다. e. 1분, 1원. 그 작은 단위의 거룩한 맛을 안다. f. 흥하게 하고 망하게 하는 사람 맛을 안다 등이다. (2) 홀로 있는 것은 온전한 내가 존재하는 일. 발가벗은 내가 내 식대로 살고 있는 순간들이다. 누구에게든 잠시라도 기대려 하지 말라(법정/某年, 某月, 某日). (3) “나는 꾸려고 하지 않는다. 한번 꾸어 쓰기 시작하면 두 번째는 구걸하게 되는 법이니까”(헤밍웨이). (4) 한 양로원에서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채 생(生)을 마감하는 노인들의 공통점을 조사해보았다. a. 그들은 ‘즉석’을 좋아한다. 즉석 짝짓기, 즉석 불고기, 즉석 사진 등. b. 그들은 잠이 깨도 벌떡 일어나지 않았다. 이리 뒤척이고 저리 뒤척이고 한다. c. 식사 때마다 늘 불평한 만큼 미련이 남는다. d. 바깥에서 누가 불러도 뛰어나가는 일이 없다. 티셔츠를 찾다가 신발을 찾다가 한다. e. 습관의 굴레를 못 벗는다. 술에 대해서도 딱 한 잔만 더! 화투도 이 한 판만 더! 그곳(?)에 대해서도 이번 한 번 만이야! f. 겁이 지나쳐서 떨어질까 봐 사다리도 올라가지 못한다. g. 넘어질까 봐 자전거도 못 배운다. h. 다른 사람의 밑거름이 된 적이 없다. 오직 자기한테 돌아올 몫만 생각하고, i 늘 자기변명만 늘어놓고 자기를 도와줄 사람만 찾아다닌다. j. 언제 죽더라도 나를 아는 이들이 나의 이 말을 전해주었으면 좋겠다. “그는 언제나 꽃이 자랄만한 곳에는 엉겅퀴를 뽑고, 꽃을 심었다는 사실을”(에이브러햄 링컨). (5) 한 왕(王)이 있었다. 그에게는 아들이 하나 있었다. 어느덧 왕자가 성장해 비(妃)를 맞아야 할 때가 되었다. 엄하고도 신중하게 왕빗감을 간택했다. 마지막에 남은 대상자는 세 명이었다. 왕은 세 처녀에게 말했다. 너희 가운데 한 사람만 중전이 될 수 있다. 너희의 지혜를 보아 결정하겠다. 그리고 세 처녀에게 은전 하나씩을 주었다. 그리고 “이 돈어치로 각자 자기가 지금 묶고 있는 방(房)을 채우거라!” 사흘째 되는 날에 왕은 처녀들의 방을 순찰했다. 첫 번째 처녀의 방문을 열었다. 거기에는 작은 물초롱으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주신 돈으로는 이 물초롱 밖에 구할 수가 없었습니다.” 이어 둘째 처녀의 방문을 열었다. 거기에는 장작이 가득 들어 있었다. “주신 돈으로는 이 나무밖에 살 수가 없었습니다.” 이어서 셋째 처녀의 방문을 열었다. 방은 깨끗이 치워져 있었고, 방 한가운데에는 초(燭) 한 자루가 빛을 내며 타고 있었다. “주신 돈으로 이 초(燭)를 샀습니다. 이 빛은 방을 채우고도 남습니다.” 물론 왕자의 비(妃)로 셋째 처녀가 선발되었다. 지혜(智)는 때(日)를 아는 것(知)이다. 때에는 시계를 가리키는 물리적 시간(크로노스)도 있고 일생에 한 번 겪을 수 있는 의미의 시간/결단의 시간(카이로스)도 있다. 전도서(전 3:1-8)에는 28종류의 때가 14개의 대비형으로 제시되어 있다. 예컨대 ‘태어날 때/죽을 때’, ‘심을 때/뽑을 때’, ‘허물 때/세울 때’ 같은 것이다. 보라. 지금은 ‘구원 받을 때’요 ‘자다가도 깰 때’이다. 天時, 地利, 人和를 잘 활용하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다.
김형태 박사
<한남대 14-15대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