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쉼터] 계묘년(癸卯年)의 다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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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옛날 아주 총기가 넘친다고 자부하던 어린 중학생 시절에는 매년 새해가 다가오면 ‘새해에는 이런 일을 꼭 해야지’하는 다짐을 열심히 하면서 때로는 도화지에 커다랗게 써서 책상머리에 붙여놓고 하루에도 몇 번씩 이를 쳐다보며 다짐을 하면서도 변변히 이를 실행하지 못하고 얼마 후에는 슬그머니 표어를 떼어버리곤 했다. 그러면서 작심삼일(作心三日)이 되어버린 맹세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변명도 하지 않고 너무도 당당한 일인 듯 잊어버리기 일쑤였다. 그러면서 이제는 새해라고 무슨 대단한 맹세는 하지 않게 되었다. 더욱이 정신없이 바빴던 시절이 훌쩍 흘러가버리고 이제는 8순이 지나면서 언젠가는 닥쳐올 죽음에 대해서도 조심스럽게 생각을 다듬어보는 나이가 되었다. 

사람은 누구나 늙고 죽는데 이는 좋든 싫든 모든 사람에게 예외가 없이 적용되는 진리다. 그러기에 이제 내가 해야할 일은 ‘어떻게 노년기를 멋있고, 효율적으로 보낼 수 있는가’를 생각하고 실천하는 일이다. 무슨 대단하고 획기적인 일을 할 생각을 하기보다는 작은 일에도 감사할 수 있는 마음, 건강을 위해서 분수에 맞게 열심히 꾸준하게 걷기, 항상 즐겁게 생활하면서 웃을 수 있기를,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잘 융화시키기 위해 하루의 일과를 기도로 시작해서 기도로 마감하는 습관을 지닐 수 있기를 다짐해본다. 

새해가 밝은지 벌써 한 달이 흘러가듯 세월이 빠르게 흐르고 있다. 그동안 ‘반가운 사람들과 만나 식사라도 한번 해야겠다’라고 했던 말이 공염불이 된 경우도 많다. 다행스럽게도 금년에는 설이 1월에 있어 음력으로나마 신년회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그러면서 옛날 어린 시절처럼 거창한 구호를 내세우지는 않아도 각자의 마음속으로 ‘새해에는’ 하는 다짐은 조심스럽게 지니게 된다. 

비록 그 계획이 ‘작심3일’이 되어도 굴하지 않고 계속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은 우리가 옛날에 집안 한구석에서 키우면서 보았던 ‘콩나물 재배’에서 배우는 교훈을 생각하면 얼른 생각할 수 있겠다. 채에 콩을 뿌려 그 위에 물을 부으면 물이 다 빠져나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콩은 서서히 자라면서 우리가 보지 않는 사이에 어느덧 콩나물이 되어 우리의 훌륭한 반찬거리가 되는 자연의 이치를 보면서 느끼는 이치다. 비록 ‘작심삼일’의 원리대로 매년 실행에 실패하더라도 우리가 보지 않는 사이에 조금의 발전이 있다는 진리를 우리는 살면서 터득하기 때문이다. 

금년 계묘년은 ‘토끼띠’라고 한다. 토끼는 결코 남을 해할 줄 모르는 선한 동물이다. 다만 우리는 어렸을 때에 읽었던 이솝우화에서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를 보면서 토끼의 교만에 대해서만 이야기 하고 토끼의 다른 좋은 점에는 무관심함을 생각해 보아야 한다. 이 나이에 무슨 큰 일을 할 수는 없지만 지금까지 대과 없이 지내온 것을 감사하며 생활하는 자세가 요구된다. 그렇다고 인생의 끝자락에 왔다고 포기하기보다는 비록 작은 일이라도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성실하게 실천해나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렇다고 노년에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건강을 위해 새롭게 운동을 한다고 결심하고 이를 위해 스포츠 용품을 구입하는 등의 수선을 떠는 일은 조금 삼가야 할 일이다. 구태여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나 자신이나 국가나 이웃을  위해 할 수 있는 ‘선한 일’을 비록 그 일이 남이 보기에는 하찮은 일로 보이더라도 성실하게 꾸준하게 해나가는 마음 자세가 계묘년에 갖는 마음 자세가 되기를 다짐해본다.

백형설 장로

<연동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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