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창원에 소재한 가포교회로 부임한지 어느덧 4년차로 접어들었습니다. 가포교회 소개를 좀 하자면 창원 마산의 끝자락 가포신항이 조성된 작은 마을에 자리하고 있고, 사계절 자연경관이 참으로 좋은 교회입니다. 누구든지 오면 전원교회같이 포근한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성도는 약 200여 명이 출석하고 있고 비교적 젊은 교회라 할 만큼 전세대가 골고루 분포되어 있습니다. 장로님들은 여덟 분이 계신데 네 분은 이미 계신 분들이고, 네 분은 부임 후에 세워지신 분들입니다. 제가 부임해서 지금껏 하고 있는 일은 당회원 장로님들과 친밀한 삶의 교제를 나누고 있는 것입니다. <Tee 공동체학습> 교재를 가지고 함께 차를 마시며 말씀과 삶을 나눈다는 의미로 ‘Tee & Tea’라 이름해 지금껏 2년 반 정도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교회론에 대한 좋은 책을 읽고 독서모임으로 시작해 최근에는 Tee 말씀교재를 3권째 끝마쳤습니다. 이 시간은 제게 참으로 좋은 시간입니다. 매주 토요일 새벽예배를 마치고 모임을 하는데, 따뜻한 커피 한잔을 두고, 약 두 시간에 걸쳐서 진행됩니다. 한 시간은 교재를 이용해 말씀 나눔 시간을 갖고, 이후에 한 시간은 장로님들과 충분한 소통을 통해 교회 현안에 대해 이야기 합니다.
이렇게 당회 아닌 삶의 나눔이 있는 당회원 모임을 진행하다보니, 여러 가지로 찾아온 유익이 있습니다. 먼저는 성도들이 안정감을 누리게 되었습니다. 제가 부임하기 전, 교회는 눈에 보이지 않는 담들이 많았습니다. 다양한 갈등의 요인들이 있었고, 그 골이 생각보다 깊었습니다. 그러나 함께 말씀 안에서 삶을 진솔하게 나누다보니 갈등은 점차 해소되고, 한마음을 품는 당회가 되었습니다. 얼마 전 한 은퇴권사님의 한마디가 제 마음을 흐뭇하게 만들어주었습니다. “목사님, 우리 교회가 앞으로 잘 될 겁니다.” “왜요?” “당회할 때 지나가면 웃음소리가 만발하니 너무 좋아요.” 저는 장로님들께 ‘희락과 기쁨’이 가득한 당회가 되자고 말씀드립니다.
두 번째는 정기당회와 정책당회를 별도로 가질 일이 없다는 것입니다. 여름 휴가철이나 한권의 교재가 끝나면 잠시 브레이크타임을 가지면서 거의 매주 모이니 굳이 한 달을 기다릴 이유가 없습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결정사항들이 한 주간을 넘지 않습니다. 부임이후 지난 3년간 교회 안팎에 많은 변화들이 있었습니다. 오래된 건물을 리모델링해 예배와 교회 시스템에 변화를 주었습니다. 건물 하나를 통째로 손수 리모델링하여 상시 운영되는 카페를 열었습니다. 이러한 변화를 통해 성도들이 함께 열매를 누리고 기쁨을 나눕니다. 돌아보면, 이러한 변화의 시작은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당회에 있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저는 당회원 장로님들을 진정한 목회의 동역자로 생각합니다. 그분들은 누구보다도 교회를 사랑합니다. 때로는 담임목사인 저를 부끄럽게 할 만큼 열심을 냅니다. 그래서 저의 목회 철학 중 하나는 당회원 장로님들을 목회 동반자로 여기는 것입니다. 이러한 마음이 목회 전반에 녹아 있다 보니, 비교적 작은 일까지 의논을 거쳐 일하게 됩니다. 돌아보면 지난 시간 장로님들이 교회 전반의 일들을 아름답게 동역해주었습니다. 제가 가진 지혜의 한계로 인해 의견을 구할 때 더 좋은 방안들이 도출되었습니다. 이러한 원활한 소통은 교회 일을 책임 있게 하게 할 뿐만 아니라 시행착오를 줄여주었습니다. 서로 간에 동역의 관계가 깊어지고 함께 교회를 세워나간다면 하나님께서는 더 좋은 열매를 베풀어주실 것이라 확신합니다.
한재동 목사
<가포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