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어가면서 하나같이 모션이나 몸놀림이 달라지기 시작한다.
걸음걸이만 보아도 대충 그 사람의 나이를 짐작할 수 있다. 뒷모습을 보면 목과 어깨 부분이 앞으로 숙여 있다. 하나같이 구부정한 모습들이다. 팔 동작도 느릿느릿하다. 발은 8자 걸음이다. 11자로 똑바로 걷지를 못한다. 발을 내딛는 것도 민첩하거나 날렵하지 않다.
나는 누웠다 일어설 때도 가뿐하게 일어날 수 있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서는 그렇지 못하다. 얼마 전 낙상으로 골절이 되고 나서부터 더더욱 그렇다. 굼벵이같이 슬로모션으로 조심스럽게 일어나야만 한다. 내 몸이 예전같지 않다. 나이가 들면 육체적으로 힘들고 느려지는 게 당연하다.
동작을 조금만 바꾸려 해도 “아이고!” 소리가 저절로 나온다.
옆에 있던 아내가 내가 “아이고(I go)” 하면 어디를 가냐며, 빨리 가게 되니 그런 말 하지 말라고 한다. 그런데도 “아이고” 소리가 절로 나온다. 몸놀림이 젊은이들과 같지를 않다.
그러나 주눅 들지 말자. 모션이 느려졌다고 삶이나 생각이 느려진 것은 아니다. 인상도 펴고 가슴과 어깨를 펴자. 고개를 바로 세우고 몸을 똑바로 추슬러 보자. 지금 이 정도 건강한 것을 감사하고 내가 살아있음에 감사하자. 내가 숨 쉬고 살아있음은 실존적 기적이다. 하늘을 날 수 있거나 물 위를 걷는 것만이 기적이 아니다. 오늘 내가 땅 위를 걸으며 살아있음이 기적이다.
내가 출근하는 사무실은 건물 5층에 있다. 걸어서 하루에도 몇 번씩 오르내린다. 5층까지 일부러 빨리 걸어 올라가 보기도 한다. 헉헉거리지만 아직도 쌩쌩하게 5층을 오르내릴 수 있으니 감사하다. “보생와사”라는 말이 있다. 걸으면 살고 누우면 죽는다는 것이다. 걸음걸이가 느려져 멈추는 순간 삶이 끝난다. 나이들면 하나같이 무릎 통증이 온다. 연골이 마모된 것이다. 그래 연골 관리를 해야한다. 오늘 걷지 않으면 내일에는 뛰어야만 한다. 아니면 누워있어야 한다. 걸을 수 있음도 축복이다. 기회가 되는 대로 걷자.
미국 아인슈타인의대 연구팀에서 실험한 일이 있다. 중년 50대를 출발선에 세우고 걷게 했다. 목표점에 늦게 들어올수록 먼저 죽을 확률이 높았다.
걷는 속도와 건강과는 상관관계가 있다. 걸음 속도는 젊음과 건강의 상태를 나타내는 바로미터이기도 하다. 걸음걸이가 빠른 사람에 비해 걸음걸이가 느릴수록 뇌경색 위험이 1.69배나 높다고 한다. 걸음걸이가 빠를수록 치매 발병률도 낮다. 치매가 오게 되면 걸음걸이부터 느려지고 달라진다. 종종걸음을 걷거나 발을 질질 끌게 된다. 나이 들었다고 늙은이 흉내내지 말고 좀더 당당해져 보자.
남은 생애도 희망을 노래하며 기적의 연속을 만들어가자. 아름다운 인생 후반전, 주어진 재능과 탤런트에 따라 사명을 다하자. 희망과 사명으로 산다는 것은 축복이다. 바로 그것은 최고의 노화 방지 처방이기도 하다.
웅크린 몸의 자세부터 똑바로 세우자. 가슴을 펴자. 허리와 어깨를 펴자. 얼굴 표정도 밝게 펴자. 발도 11자로 똑바로 하고 걸어보자. 발걸음도 조금 더 넓게 그리고 빨리 걸어보자. 걸음걸이만 잘해도 건강해질 수 있다.
두상달 장로
반포교회
(사)인간개발연구원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