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한국 사회는 이념, 지역, 빈부, 노사, 세대 등 여러 가지 요인으로 사분오열돼 있다. 한국교회의 신뢰도와 영향력도 50년 전에 비하면 훨씬 약해졌다. 이는 지난 시기 교회와 믿는 자들이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된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젊은이들 사이에 교회 외면 현상도 널리 확산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속칭 ‘가나안 교회’ 신자도 늘어나고 있다. 그렇기에 기독 지식인들이 깨어나 각성하고 빛을 발해야 할 때이다.
기독 지식인이란 성경적 진리와 가치에 입각해 사고하고 실천하는 지식인을 가리킨다. 한국적 상황에서 이들은 어떤 사명을 감당해야 할까?
첫째, 대한민국의 미래비전, 곧 우리나라가 나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자유와 정의가 강물같이 흐르는 선진민주국가의 미래상을 설계하고 이를 실현시켜 나가는 청사진을 구체화해야 한다. 자유한국, 선진한국, 선교한국, 통일한국 등을 담아내도록 하되, 21세기 탈국경․지구촌 시대에 맞게 ‘다문화한국’도 포함시키면 좋을 것이다. 물론 여기엔 믿음(신뢰), 소망, 사랑, 공의, 나눔, 평화, 연합 등 기독교의 핵심가치가 반영돼야 한다.
둘째, 각자 지식과 지혜를 발휘해 여러 모양으로 한국교회에 유익을 주어야 한다. 작게는 자신이 속한 ‘개 교회’의 목회에 적극 협력해야 한다. 넓게는 각 교단 차원의 활동이나 교회연합기관의 하나님 사역에 동참함으로써 교회의 부흥 및 발전에 밀알이 돼야 한다.
셋째, 갈등과 분열을 줄이고 화평을 만드는 일에 앞장서야 한다. 현재 적지 않은 기독지식인들이 특정 진영에 속해 사회적 갈등의 확대 재생산에 직․간접으로 관여돼 있다. 이는 주님의 뜻에 반한다. 기독 지식인들이 먼저 ‘하나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한다는 심정으로 화해와 평화와 단합을 견인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넷째, 교회의 변화와 갱신을 위해서도 이바지해야 한다. 본래 지식인은 비판적․개혁적 성향을 갖는다. 하지만 기성 교회 질서에 대한 ‘비판을 위한 비판’에 그쳐선 안 된다. 또 선동과 투쟁과 같은 세상 방법을 사용해선 안 된다. ‘선의의 조언자’로서 확실한 대안을 갖고 이야기해야 한다.
사실 교회 갱신이란 거대 담론을 거론하기에 앞서 먼저 기독지식인들 사이에 ‘나부터 변화해야 한다’는 인식을 갖는 게 중요하다. 내가 변하는 것이 가정과 교회, 지역사회와 나라를 변화시키는 출발점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다섯째, 다음세대를 키우는 일에 응분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 현재 교회학교가 운영되지 않는 교회들이 많다. 2021년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 19세 이상 성인남녀 인구의 연령별 분포를 보면, 60세 이상이 29%인데 비해 60대 이상 기독인들은 33%에 달한다. 다음세대를 양육하지 않으면 한국교회는 점차 쇠퇴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 기독 지식인들은 이런 위기의식 아래 모두 ‘영적 아비’가 되어야 한다. 교회 안팎에서 재능기부를 통해 청소년이나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여섯째, 교회와 나라 사랑의 마음 갖고 ‘기독교적 공동선’을 이룩하기 위해 연합해야 한다. 지금처럼 우리 사회가 정치, 경제적으로 양극화되면 상호 관용과 상생발전이라는 공동체적 가치가 실현되기 어렵다. 때문에 치열한 고민과 창조적 지혜, 그리고 인적․물적 역량의 결집이 절실하다. 최대한 포용과 관용의 미덕을 발휘하되, 그렇다고 해서 기독교의 본질에 반하는 ‘사이비 진리’와 타협해선 안 된다. 교회 탄압의 궤계(詭計)가 도사리고 있는 차별금지법 제정 움직임에 대해선 보수-진보를 떠나 한 목소리로 반대하는 것이 맞다.
일곱째, ‘복음통일’의 밑그림을 그리고 실천방안을 착실하게 준비해야 한다. 분단 극복과 민족 복음화, 여기에 더해 예수 증인으로 열방으로 진출하는 것이 우리 민족을 향하신 하나님의 계획임을 믿고 하나씩 벽돌을 쌓아 나가야 한다.
위와 같은 본분과 역할을 다하는 과정에서 기독 지식인들은 ‘선교적 교회’의 일원으로 기독교적 정체성을 견지해야 한다. 그러려면 지킬 것, 고칠 것, 싸울 것을 분별해 잘 대처해야 한다. 요컨대, 삶의 현장에서 행동하는 지식인, 주위를 비추는 작은 불꽃이 되어야 한다.
제성호 장로
<중앙대 교수, 충신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