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인이라면 당연하게 해야 할 일이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 중요한 의무 가운데 하나로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을 열심히 읽는 것이라는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성경은 일찍이 하나님의 말씀을 정리해 모든 사람에게 읽혀 이를 읽는 신자들은 그 내용을 이해하며, 그대로 순종하게 함을 목적으로 삼고 있다. 따라서 하나님을 믿는 사람은 그 말씀의 한 획도 소홀함이 없게 소중하게 이해하면서 그대로 따르려고 노력할 의무가 있다 할 수 있겠다. 그리고 그 내용이 비록 예수를 믿지 않는 사람이라도 진리인 것으로 이해하기에 비신자라 해도 이를 읽는 사람이 많으며, 그런 가운데 어느덧 그 내용에 순응해 기독교인이 된 경우를 우리는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금년 부활절은 춘분이 지난 보름날 다음 주일로 정한 규정에 따라 금년에는 4월 9일이며 따라서 지난 2월 26일이 사순절 첫째 주일이 되었다. 이때부터 대부분의 크리스천은 평소보다 성경을 더 많이 읽고 기도에 힘쓰면서 몸가짐에 더욱 신중한 자세를 갖는 것이 보편적이다. 다만 금년에는 이 사순절이 시작되는 때에 맞춰 온나라가 성경 구절 찾기에 몰두하고 그 내용을 파악하는 작은 촌극이 벌어졌다. 국회의원 여러 명이 모여 정치적인 현안을 연구하면서 어떤 결론을 내기 위해 모두가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면서 어떤 합의점을 찾는 모임이 있었는데, 거기서 한 의원이 아무런 의견을 내지 않고 대신 마태복음 27장을 읽었다는 소식이 흘러나오면서, ‘도대체 마태복음 27장에는 어떤 내용이 있는가’가 화제에 오른 것이다.
그 내용은 우리가 아는대로 먼저 모든 대제사장과 백성의 장로들이 예수를 죽이려고 함께 의논하고 결박해 끌고 가서 총독 빌라도에게 넘겨주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 후에 예수를 은 삼십에 판 유다가 이를 뉘우치고 스스로 목매어 죽는 모습을 그렸다, 그리고 예수는 총독 빌라도 앞에서 재판을 받고 십자가에 못 박혀 죽게 넘겨지고 총독의 군병들이 예수를 희롱하고 못 박아 죽인 사실을 기록하고 있다. 물론 계속되는 28장에는 예수께서 죽음을 물리치고 부활하시는 역사적인 사실이 기록되어 있다. 이로써 4복음 모두에 빠지지 않고 기록된 이 사건 즉 예수께서 우리 죄를 대속하기 위해 죄없이 십자가에 달려 죽으시고 사흘 만에 다시 부활하신다는 사건 기록은 우리 기독교인이 예수를 믿는 신앙의 가장 중요한 근간을 이루는 내용이며, 이를 가장 자세하게 그리고 쉽게 설명한 내용이 바로 마태복음 27장에 기록된 것이다. 이를 잠시나마 비기독교인들도 관심을 갖게 한 점이 주목할만 일이라 할 수 있다.
생각지도 못했던 한 국회의원의 엉뚱한 행동 때문에 온 나라가 잠시나마 골고다 산상에서 고난을 겪으신 예수님의 사건을 회상해보는 새로운 계기가 되었다. 이러면서 이런 사회적인 사건으로 인해 다른 해와는 달리 다시 한번 사순절을 조금 더 차분하게 보낼 수 있게 된 것도 의미있는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것이라 여겨본다. 이번 기회로 우리에게 닥쳐올 죽음과 언젠가는 그 죽음을 이기시고 다시 살아나신다는 부활의 소망이 우리 크리스천에게는 이 땅에 오신 아기 예수의 탄생을 기뻐하고 축하하는 크리스마스의 감격보다 어떤 면에서는 오히려 더욱 의미있는 일임을 새롭게 깨닫는 계기가 되었음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백형설 장로
<연동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