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순절은 구원 묵상하며 세상 섬기는 기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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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四旬)이란 문자적으로 ‘40’을 말한다. 성경은 ‘40’이란 숫자와 관련된 사건들을 구약과 신약에서 기록하고 있다. 노아 홍수 때에 40일간 밤낮 비가 내렸고, 이스라엘 백성들이 출애굽한 다음 40년간 광야의 삶을 살았다. 예수께서 공생애를 시작하시기 전 40일간 금식하신 후에 마귀의 시험을 받으셨으며, 부활하신 다음 승천하시기까지 40일을 더 세상에 계셨다. 성경이 가르치는 ‘40’이란 고난과 인내를 상징하는 숫자이다. 

교회력에서 ‘사순절’(四旬節)의 40일이란 단순한 숫자적 의미가 아니라 금식과 기도, 경건의 훈련과 절제의 기간이다. 이전 해 고난주간의 시작인 예수님의 예루살렘 입성일을 기념하기 위한 종려나무의 잎을 꺾어 한 해 동안 말려 놓은 마른 종려나무 잎을 태워 재를 만드는 ‘재(灰)의 수요일’(Ash Wednesday)에 시작해 부활절 전까지 여섯 번의 주일을 제외한 40일 동안의 기간이 사순절이다. 

사순절의 기간은 3세기 초까지는 정해진 기간이 없이 사흘 정도의 경건과 절제의 날을 지켰으나 주후 325년 니케아 공의회에서 사순절의 기간을 40일로 정했다. 이때부터 ‘40’이란 의미의 사순절이 교회력에 올랐으며 오늘날까지 교회의 전승으로 지켜지고 있다. 교회는 이 기간 동안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묵상하며, 기도와 회개, 금식과 절제, 경건과 묵상의 생활을 통해 십자가의 길을 기억하며 그리스도의 고난에 동참하는 훈련을 가르쳤다. 

사순절을 영어로는 ‘렌트’(Lent)라고 한다. 영어의 ‘Lent’는 ‘봄’(lencten)이란 의미를 가지고 있는 고대 영어에서 유래한 단어이며, 또한 ‘느리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이런 단어가 라틴어에서는 ‘사순절’이라는 절기의 의미를 포함하게 된 것이다. 단어의 의미에서 보면 사순절은 기다림의 계절이며, 다시 살아나는 봄의 계절이며, 위대한 부활의 변형을 준비하며 기다리는 계절인 것이다. 

초기 기독교에서는 사순절을 엄격하게 준수했다. 이 기간 동안 ‘사순절 식사’(Lent Fare)의 규례가 있어 고기를 제외하고 생선과 달걀만 허용해 채식 중심의 단순한 식사를 권장했고, 하루에 한 끼 저녁만 먹었다. 그 후 9세기에 와서 사순절 식사의 제도가 완화되었고, 13세기에 이르러는 간단한 식사를 허용했다.  

최근에 와서는 사순절의 의미가 퇴색되고 규례도 지나치게 완화된 경향이 있다. ‘40’이라는 숫자적인 사순절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고난과 부활의 의미를 되새기며 고난에 동참하는 자세를 가지는 것이 사순절을 바르게 준수하는 것이다. 사순절의 의미를 바르게 지키는 것이 부활의 기쁨과 영광에도 함께 참여할 수 있는 길이다. 

그러므로 사순절은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깊이 묵상하는 시간이 되어야 한다. 기독교의 두 가지 상징물이 있다. 하나는 십자가이고, 다른 하나는 수건이다. 십자가는 우리 구원의 징표이며, 수건은 우리 섬김의 징표이다. 십자가 없는 수건이나 수건 없는 십자가는 무용지물이다. 사순절은 구원을 묵상하며 세상을 섬기는 기간이 되어야 한다. 

사순절은 회개와 기도하는 시간이다. 사순절을 맞은 그리스도인은 자신의 삶을 성찰하며 죄를 고백하고 그리스도의 겟세마네의 기도와 같은 간절함이 있는 기도의 시간이 되어야 한다. 또한 사순절은 절제와 금식의 시간이다. 옛 밀라노에서는 36일간 금식을 했고 14세기에 이르기까지 성직자는 단식을 했고 식사뿐만 아니라 수면과 언어 등 삶 전체의 절제를 실천했다. 이런 절제와 금식은 사순절만 아니라 그리스도인 매일의 삶의 미덕이다. 사순절은 경건과 묵상의 시간이다. 경건을 훈련하며 말씀을 묵상하는 것은 사순절을 의미있게 한다. 사순절의 예전색은 보라색이며, 이는 참회와 기다림을 의미한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사순절의 깊은 참회와 간절한 기다림을 통해 부활의 영광도 함께 누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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