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옛날 30여년 전
봉천동 경천교회 목회시절
우리집
마당 모서리
뜨락에 말없이 핀
목련을 생각해보며
깊숙한 연민의 정을 느낀다.
몸을 휘감은
어떤 치장이라곤 찾을 수 없이
화장기 하나 없는
맑고 밝은 하얀 모습이
속으론 깊은 생각을 담아내는
사랑이 그리움을 곱씌운다.
기나긴 나날을
다지고 다지며
봄시샘 추위 너머로
이파리도 피어나기 전에
꽃망울을 먼저 웃게 만드는
이런 애인은
만나기도 어렵지만
사랑으로 엮이긴 더욱 어려워
목련화 그리움은
오늘따라 더 사랑스러워라.
화사한 햇볕을 받으며
반사하듯 그리움을 안겨다 주던
망울을 톡 터지게 입을 벌려
사랑의 고백을 보이는 연인이어라.
그러다가도
어느 땐 입술 굳게 깨물고
모양새 안 보이며 웃는 새색시 입술처럼
저마다 목련을 그리는 이에게
촉촉히 적셔주는
정녕, 보조개를 만들며 보이는 웃음이어라.
허세 많은 이 땅에
수줍게 피어내는 진실 앞에
목련을 그리는
또 하루가 저물어 가네.
<시작(詩作) 노트>
목련이 피어나는 진실 앞에 저절로 머리가 숙여진다. 잎이 채 피어나기 전에 꽃망울부터 피어나게 하는 그 겸손함이 더 한층 그립고 사랑스럽다. 요란한 치장이라곤 유별나게 자랑하지 않아도 맑고 깨끗한 청순함이 저절로 눈을 감게 만드는 게 목련화의 매력인 듯 싶다. 목련화 찬가를 목이 터지도록 부르고 싶은 충동은 목련화가 주는 진실성이라고 본다. 이 세상엔 얼마나 허세가 많고 위선과 거짓이 판을 치고 있는데 목련은 그야말로 맑고 깨끗하다. 목련이 다 지기 전에 목련화를 그리는 마음을 담고 힘껏 목련화 노래를 불러본다.
김순권 목사
<증경총회장•경천교회 원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