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의 고난은 이미 인간의 몸을 입고 이 땅에 오실 때부터 시작되었다. “근본 하나님의 본체시나 하나님과 동등 됨을 취할 것으로 여기지 아니하시고 오히려 자기를 비워 종의 형체를 가지사 사람들과 같이 되신 것” 그 자체가 고난이었다. 그러나 우리가 그리스도의 고난이라고 말하는 것은 역시 십자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자기를 낮추시고 죽기까지 복종하셨으니 곧 십자가에 죽으심이라” 바로 이것을 말한다.
왜 그리스도의 고난을 말하는가? 사실 고난은 인간이라면 누구에게나 있다. 보통 인간이 겪는 고난은 셋 중의 하나다. 첫째는 마땅한 고난이다. 자신의 죄나 잘못 때문에 겪는 고난을 말한다. 둘째는 애매한 고난이다. 자신에게 책임은 없지만 설명할 수 없는 이유로 겪는 고난을 말한다. 그리고 셋째는 유익한 고난이다. 연단과 훈련을 위해 받는 고난이다. 그러나 그리스도의 고난은 이런 고난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전적으로 타인을 위한 고난이기 때문이다. 결정적으로 우리를 위한 고난이기 때문이다.
그리스도의 고난이 우리를 위한 고난이란 어떤 의미인가? 우선 그리스도의 고난이 우리를 위해 예정된 고난이라는 뜻이다. 일찍이 이사야 선지자는 이렇게 예언했다. “그가 찔림은 우리의 허물 때문이요 그가 상함은 우리의 죄악 때문이라. 그가 징계를 받으므로 우리는 평화를 누리고 그가 채찍에 맞으므로 우리는 나음을 받았도다.” 이렇게 이사야 선지자 뿐 아니라 많은 선지자들이 그리스도가 우리를 위해 고난당할 것을 예언해왔다. 그리고 그리스도께서 이런 예언의 말씀이 하나님의 뜻임을 아셨고, 그 뜻에 순종하시기로 작정하셨다. 대표적인 예로 눅 9:22를 보면 이렇게 말씀하셨다. “인자가 많은 고난을 받고 장로들과 대제사장들과 서기관들에게 버린바 되어 죽임을 당하고 제삼 일에 살아나야 하리라.” 이렇게 그리스도의 고난은 그리스도께서 우연히 그리고 예기치 않게 당하신 것이 아니라 오래전부터 우리를 위해 예정되었고, 그 뜻에 순종하셔서 이루신 고난이다.
다음으로 그리스도의 고난이 우리를 구원하시기 위한 고난이라는 뜻이다. 다시 이사야 선지자 예언을 보자. “우리는 다 양 같아서 그릇 행하여 각기 제 길로 갔거늘 여호와께서는 우리 모두의 죄악을 그에게 담당시키셨도다.” 우리의 죄를 오실 그리스도에게 담당시키실 것이라는 예언의 말씀이다. 그리고 그리스도께서 이 예언대로 순종하시면서 제자들에게 이렇게 당부하셨다. “그들이 먹을 때에 예수께서 떡을 가지사 축복하시고 떼어 제자들에게 주시며 이르시되, 받으라 이것은 내 몸이니라 하시고, 또 잔을 가지사 감사 기도하시고 그들에게 주시니 다 이를 마시매, 이르시되 이것은 많은 사람을 위하여 흘리는 나의 피 곧 언약의 피니라.” 그리스도께서 대속의 고난과 죽음을 몸소 행하실 것을 말씀하시며 이것을 기념하라 명하신 것이다. 이렇게 그리스도의 고난은 우리를 구원하시기 위한 대속의 고난이다.
또 하나 그리스도의 고난이 우리에게 본이 되는 고난이라는 뜻이다. 베드로 사도는 이렇게 권면했다. “이를 위하여 너희가 부르심을 받았으니 그리스도도 너희를 위하여 고난을 받으사 너희에게 본을 끼쳐 그 자취를 따라오게 하려 하셨느니라.” 그리스도를 따르는 사람들이 이 세상에서 고난을 받을 것을 말하면서 그리스도의 고난을 생각하며 그 고난을 잘 견디라고 권면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그리스도께서 본을 보이셨다고 말하고 있다. 그리스도를 따르는 사람들은 그리스도께서 고난을 이겨내신 본을 따르라고 권하고 있는 것이다. 바울 사도는 이렇게까지 말했다. “그리스도의 남은 고난을 그의 몸 된 교회를 위하여 내 육체에 채우노라.” 자신은 그리스도께서 남겨놓으신 고난을 채우기 위해 힘쓰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그리스도의 고난은 우리에게 본받고 따르도록 본이 되신다.
이제 그리스도께서 고난 당하신 고난주간을 맞는다. 그리스도의 고난의 의미를 깊이 새기며 온 마음으로 그리스도의 고난에 감사하며 온몸으로 그리스도의 고난에 동참할 수 있어야 하겠다.
박봉수 목사
<상도중앙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