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코니아] 요셉이 보인 구황 제도의 디아코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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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우리나라는 농업이 중심이 되는 사회였습니다. 제한된 토지에서 많은 인구가 살아왔던 우리나라는 가을에 추수한 곡식으로 긴 겨울을 나면 이른바 ‘보릿고개’라는 춘궁기에는 양식이 떨어진 가구들이 많았습니다. 이에 국가는 춘궁기에 곡식을 대부하는 사업을 제도화시키고 이를 각종 창제로 발전시켰습니다. 춘궁기에 대비한 창제도가 있다면, 수해와 한해, 냉해와 같은 자연재해를 대비한 구황제도가 있었습니다. 홍수, 가뭄, 기근, 우박, 지진 등의 자연재해와 전란과 같은 인위적인 위험 상황에 처하면 국가가 비축하고 있는 관곡을 재해를 당한 백성에게 무료로 배급했습니다. 또한 토지에 대한 세금, 군역, 부역, 형벌 등을 광범위하게 면제하거나 감면했습니다. 

흉년이 되면 기민 구제를 담당할 구황청을 설치해 재해를 입은 백성들을 구제했으나 구황기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백성들이 먹을거리를 찾아서 유랑걸식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 때문에 국가와 민간이 합동으로 사원 또는 적당한 곳에 취사장과 식탁을 설치해 기민 또는 행걸인에게 식사를 제공했습니다. 이처럼, 홍수와 가뭄과 같은 어려움을 당한 백성에게 국가가 무료로 곡식을 주고, 빌려준 곡식과 그 이자를 면제해주며, 세금을 경감해 백성을 살리려는 노력은 계속되었습니다. 그러나 되풀이되는 자연재해는 공공재원을 마련해야 하는 국가에 부담이 되었고, 구황제도는 한계를 가지고 있었기에 여러 가지 정책이 집행되는 와중에도 굶어 죽는 사람은 끊이지 않았습니다.

성서에는 우리나라의 구황제도와 같은 구제와 구휼에 관한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습니다. 불쌍한 이들을 측은히 여기며 가난한 이들을 바라보면 가슴 아파 견디지 못하는 하나님(출 34:6)께서는 요셉과 모세와 같은 지도자들을 통해 이 땅에서 가난과 기근으로 고통 받는 이들을 구원하시길 원하셨습니다. 총리가 된 요셉은 애굽 땅에 기근이 들 것을 미리 알고 이에 대비합니다. 미리 준비된 곡식으로 기근에 허덕이는 백성들과 이웃나라에 도움을 주는 지혜를 보여줍니다. 단순히 풍년에 양식을 모아두었다가 흉년에 나눠주는 정책을 넘어서 많은 사람들이 노예처럼 시달리고 가난에 굶주리는 것을 해결할 방법도 함께 준비했습니다. 기근으로 인해 어려움에 처한 시기를 지혜롭게 이겨낸 요셉은 애굽이란 타 문화에서 인정을 받는 지도자가 됩니다. 이처럼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돌아보고 그들의 필요를 채워주기 위해 준비된 자세가 바로 디아코니아의 자세입니다. 긍휼히 여기는 마음으로 주변을 살피고 그들을 위한 실제적인 나눔과 섬김을 베푸는 삶을 살아가야 합니다.

김한호 목사 

<춘천동부교회 위임목사•서울장신대 디아코니아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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