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누리의 종소리] 영국 챨스 3세 국왕 대관식은 성경적이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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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6일 영국 성공회 웨스트민스터사원에서 열린 챨스 3세 국왕 대관식을 CNN 방송을 통해 일부이지만 볼 수 있었다. 많은 나라들의 지도자들이 축하객으로 참석하며 그 정치적 위상을 나타냈고, 성당의 위엄과 행렬의 찬란함과 의복의 화려함은 문화적 위상을 드높였다. 성공회가 국교인 영국에서 왕이 그 대관식을 주교의 집례하에 관을 쓰게 된다는 모습이 한때 황제의 대관식을 교회가 주관하지 않으면 법적으로 무효가 되었던 중세교회의 위상을 다시 보는 듯하다. 캔터베리 대주교의 인도하에 진행된 예식의 모든 순서는 성경 말씀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민수기 6장 24-26절의 축복과  시편의 여러 찬송들이 나오며 산상수훈의 주기도문도 나온다. 한 예식에서 이렇게 많은 성경 말씀들이 인용되는 예식은 흔하지 않다. 왕에게 바쳐진 여러 선물중 첫번째 선물은 성경이었다. 스코틀랜드 장로교회 총회장은 성경이 곧 국왕의 법이며 하나님의 오라클이라고 말하며 하나님의 말씀을 인간의 모든 법 위에 둔다고 하였다. 대관식에서 국왕은 개인기도를 통해 갈라디아서 5장과 잠언 3장17절을 인용하였고 자신은 섬김을 받는 것이 아니라 섬기는 자가 되겠다고 하였다. 이 정도면 성경적인 예식이라고 말하기에 손색이 없다. 그런데 과연 이 국왕의 대관식이 성경적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인가? 세가지 이유로 성경적이라고 말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첫째는 왕 제도 그 자체가 성경적이지 않다. 성경에서 사울과 다윗으로부터 시작되는 왕정에 대하여 하나님의 생각은 분명하다. 하나님께서 친히 왕이 되시는 나라에서 인간 왕은 필요하지 않다. 사람들이 왕정 제도를 원했던 것은 이방 나라처럼 되기를 원하였던 것이다. 물론 영국의 국왕은 절대 권력을 가지고 있지 않은 상징적인 위치이다. 상징적인 위치임에도 왕으로서 대관할 때 과거 절대 권력을 가지고 있던 시대의 유물들을 사용하여 대관식을 거행하였다.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였다는 증거는 지도자가 어떤 물건을 사용하는가에 달려있다. 수백 년 전의 왕정시대의 유물들을 그대로 사용하여 예식을 가지는 것은 사람들로 하여금 사람을 절대시하는 일에 무의식적으로 동조하게 하는 일이다. 

둘째는 오랜 전통문화를 지키는 것 자체가 교회의 사명이 아니기 때문이다. 영국 성공회는 종교개혁으로 생겨난 개신교 전통의 교단이지만 오랫동안 전통문화를 지키는 것을 복음안에서 갱신하는 것보다 더 중요하게 여겼다. 교회가 전통을 보존하게 될 때는 보존된 문화와 함께 수치스러운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대관식의 거의 모든 순서에 성경 말씀이 인용되었지만 그것이 메시지로 알려지는 순서라기 보다는 오랜 전통과 문화 예식으로서 주문처럼 낭독되는 것이라면 성경을 이용한 문화의식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다. 

셋째는 영국사회가 처해있는 반기독교적 문화 때문이다. 국왕은 국민을 섬기는 자가 되겠다고 말했지만 국민이 처한 사회에 일어나고 있는 반기독교적 흐름을 간과하는 섬김은 말뿐인 섬김이다. 영국은 사회적 성이 완전히 법과 제도적으로 견고히 자리잡은 나라이며 이에 따라 문제가 급증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교회들이 문을 닫고 있으며 술집으로 팔려나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국왕의 대관식이 성경 말씀으로 가득차 있는 것과는 정반대의 현상들이 지역교회들에게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교회의 쇠퇴에 대한 책임은 교회 지도자들만이 아니라 국왕에게도 있다. 영국 국왕이 대관식에서 만일 선서한 대로만 시행하려고 한다면 영국이 이렇게 반기독교적 사회가 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결의가 있어야 했다. 

이제 대관식을 마친 챨스3세 국왕은 반기독교 국가가 되어버린 영국을 어떻게 다시 기독교적 사회로 변화시킬 것인가에 최우선 순위를 두어야 한다. 그래야만 대관식이 성경적이었다고 역사가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이재훈 목사

<온누리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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