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약의 욥기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만큼 욥기는 널리 알려진 책이다. 또한 욥기에 대한 찬사는 차고도 넘친다. 마틴 루터는 욥기를 “성경 안에서 가장 웅장하고 아름다운 책”이라고 찬탄했다. 영국의 계관시인 알프레드 테니슨은 “욥기는 인간이 쓴 시 중에서 가장 위대한 시”라고 했고, 위대한 역사가요 문명비평가였던 토마스 칼라일은 “성경책 안에서나 밖에서 욥기에 비견할 책은 없다”고 극찬했다.
그런데 욥기의 주인공 욥이 이스라엘 사람이 아닌 에돔 사람, 즉 이방인이고, 욥의 세 친구들도 모두 이방인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욥기의 등장인물들은 모두 이방인들인 것이다. 구약성경에서 등장인물 모두가 이스라엘 사람이 아닌 이방인들인 책은 욥기가 유일하다.
욥기는 욥에 대한 소개로부터 시작된다. “우스 땅에 욥이라 불리는 사람이 있었는데… 이 사람은 동방 사람 중에 가장 훌륭한 자라.” (욥 1:1,3) 욥은 ‘우스’ 사람이다. 그리고 그는 ‘이스라엘에서 가장 훌륭한 자’가 아니라, ‘동방 사람 중에서 가장 훌륭한 자’라고 했다. 욥은 분명히 이방사람인 것이다. 욥이 살던 ‘우스’는 어디인가? 예레미야애가에는 ‘우스’가 어디인가를 밝혀주는 말씀이 있다. “우스 땅에 사는 딸, 에돔아.” (애 4:21) ‘우스 땅’은 곧 ‘에돔’이라는 말씀이다. 욥은 ‘에돔 사람’이다. ‘에돔’(Edom)은 어디인가? 지리적으로 에돔은 이스라엘 사해의 남방으로부터 홍해로 나가는 관문, ‘아카바 만’까지 이르는 사이의 지역이다. 서쪽 편으로는 시내 반도가 있고, 동쪽으로는 드넓은 아라비아 반도가 펼쳐져 있다. 지형적으로 에돔 지역은 척박한 황무지와 웅장한 바위산들이 겹겹이 둘러있는 땅이다. 구약성경에서 자주 언급되는 에돔 지역의 대표적인 도시들, 셀라, 데만, 보스라, 드단은 모두 바위산 지역에 형성된 도시들이다. (‘셀라’는 원래 거대한 바위를 뜻하는 말로 바위산 지역에 세워진 도시명이 되었다.)
에돔 지역은 황무지와 바위산으로 되어있어 농사를 지을 수 없는 악조건의 땅이다. 그러나 에돔 사람들은 그들이 사는 곳이 지리적으로 천혜의 위치에 있다는 것을 알았다. 에돔 지역은 아라비아 반도와 이집트를 잇는 교역로에 위치해 있었다. 또한 아라비아 반도로부터 아람(=오늘날 시리아) 지역을 연결하는 ‘왕의 대로’(King’s Highway)가 남북으로 지나가는 지역이다. 한마디로 에돔은 교역로의 사방을 잇는 교차로에 위치하고 있다. 에돔 사람들은 이러한 지리적 이점을 십분 활용하여 일찍부터 이 지역을 지나는 국제교역의 상권을 장악하고 상당한 수준의 경제적 번영을 누렸다.
‘에돔’은 히브리어로 ‘붉다’는 뜻이다. 에돔 지역의 돌산들은 지질학적으로 구리를 많이 함유하고 있어, 에돔은 일찍이 구리 제련 기술이 발달했다. 현지답사를 가서 해가 지는 석양에 에돔의 돌산들을 바라보면 온통 불그스레한 빛을 띠어 신비한 느낌마저 든다. 그래서 이 지역을 ‘붉다’는 뜻으로 ‘에돔’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창세기를 보면 이스라엘과 에돔 사람은 피를 나눈 형제 민족이었다. 이삭의 쌍둥이 아들 야곱은 이스라엘 12지파의 조상이 되었고, 에서는 에돔 족속의 조상이 되었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이들은 내내 견원지간의 적대관계였다.
박준서 교수
<피터스목사기념사업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