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창] “긍정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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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퇴직은 인생의 경사진 언덕 아래로 굴러 내리는 것이다. 그게 우리사회 소시민들이 가야하는 내리막 길이다. 그 다음엔 아파서 요양병원에 있고 그리고 죽는다. 서울 모 대학 나오고 연구직에 있던 동창이 있다. 그는 연구소를 퇴직한 후 교회의 경비원으로 취직을 했다. 그는 어느날 주차금지구역에 차를 대고 원칙을 지키라고 했다. 평생 법과 원칙을 공부하던 버릇이 남아 장로의 특권을 생각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는 직장을 잃었다. 모 일간지에 근무하던 퇴직한 친구가 있다. 그는 주민센터에서 주는 노인일자리를 신청해서 갔다. 거의 여성들이었다. 그는 팀장이라는 여성이 어떻게 갑질을 하는지 그 마음을 풀려고 별짓을 다했다고 했다. 그리고 나서야 일당 5만 원을 벌 수 있었다고 했다. 

얼마 전 아파트 경비원의 경험담을 듣는 기회가 있었다. 무역회사 사장이었던 50대 후반쯤의 남자였다. 부도가 나서 백수였다. “우연히 친구가 주유소에서 기름 총을 들고 알바를 하더라구요. 과거에 큰 소리치며 살던 그의 변신을 보고 존경스럽더라구요. 출세했었거든요. 아파트 경비원을 하겠다고 결심하고 알아보니 사흘 동안 경비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해서 친구에게 도움을 요청하니 친구는 그렇게까지 됐는지 몰랐다고 하면서 한동안 말을 못하더라구요. 이력서에서도 졸업한 대학은 숨기고 석달짜리 파리목숨이지만 운좋게 제복과 모자를 받았죠.” 경비원의 일은 하루하루 참아나가는 직업이다. 

“동대표라는 분이 불법주차를 하더라구요. 경비원은 투명인간이 되어야지 말을 하면 안돼요. 삿대질하는 입주자도 있고 아들뻘되는 젊은이가 턱으로 심지어는 발로 지시를 하더라구요.” 다양한 형태의 갑질을 겪으면서 모멸감을 느꼈던게 몇번이던가. 그걸 견디지 못해 자살을 한 경우도 있잖은가? 엉뚱한 일을 시키는 입주민도 있었다. “순찰을 도는데 한 입주민이 옷장을 옮겨 달라고 하더군요. 무거운 옷장이었죠. 그걸 하고 나와서 가는데 다시 불러요. 아무래도 원래 위치가 나을 것 같다고 원상회복 하라는 거예요.” 

강남에 파출부들도 증오가 가득했다. 그 여성들은 매일 부자들을 보면서 가지는 박탈감과 모멸감 그리고 증오가 가득했다. 그들은 세상이 뒤엎어지는 경우 갑질하던 그 사모님들의 집을 빼앗고 그 자리에 있고 싶어했다.

기자는 그런 현상을 보면서 사회적 겸손과 사랑이 있어야 증오의 독을 녹일 수 있을 것 같았다. 낮아지니까 전에 안보이던게 보이더란다. 환경미화원, 대리기사 등  경제적 약자들이 이사회의 밑바닥에 강물같이 깔려있는 걸 보고 놀랐다고 했다. “어느 날 밤 10시경 밤늦게까지 쓰레기분리수거를  하고 있는데 한 고등학생이 붕어빵 한 봉지를 넣어주었죠. 마음이 따뜻해졌어요. 어느 아주머니는 포도 한 송이를 주더군요. 그 마음이 고맙더라구요.” 친구들 중에는 건강이 받쳐주지 않아 일을 할 수 없는 동료들이 꽤 있다. 그러면서 그들은 한결같이 일하는 기회가 있어서 행복하고 감사 하단다. 누군가의 작고 따뜻한 시선이 그들의 가슴속에 있는 고드름을 녹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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