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다시 봄이 노래하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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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회 지정 환경주일에 즈음하여 다시 한번 창조적 환경을 생각하며 

지금으로부터 약 60년 전 레이첼 카슨은 ‘침묵의 봄’이란 책에서 다가올 환경문제에 대해 경고를 하였다. 아름다운 시골 마을에 갑자기 동물이 죽어 나가고 숲과 강은 서서히 생명력을 잃다가 새의 지저귐 같은 봄의 소리가 사라지는 ‘침묵의 봄’이 찾아온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는 현대문명의 이기로 인하여 다가올 환경문제를 경고하였다. 그의 경고처럼 기후 위기는 엄청난 속도로 우리 곁으로 다가오고 있다.

필자는 양봉의 경험이 있어 올해도 아카시아꽃이 활짝 핀 숲속에 잠시 머문 적이 있다. 아카시아는 예년과 같이 하얀 꽃을 피우며 특유의 향기로 코끝을 자극했다. 그런데 거기에는 평소와 다른 현상이 있었다. 한창 아카시아꽃을 찾는 꿀벌의 비행 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이다. 이상한 생각이 들어 아카시아꽃을 여기저기 관찰했다. 거기에 꽃과 함께 있어야 할 벌은 보이지 않았다. 아카시아 향기는 코끝을 찌르는데, 꿀벌의 비행 소리가 멈추어버린 ‘침묵의 봄’이 우리 곁으로 다가온 것이다. 순간 섬뜩한 생각이 들었다. 더 이상 아카시아꽃 향기가 코끝을 찌르는 그 숲에서 나는 도망치듯 나올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부터 우리에게 날아든 꿀벌들의 집단폐사 현상은 이런 침묵의 봄을 이미 예견하고 있었다. 양봉 농가마다 70% 이상의 꿀벌이 갑자기 죽어나간 것이다. 그 결과 봄이 되어 꽃은 폈지만 꿀벌이 활동하지 않는 침묵의 봄이 와 버린 것이다. 벌의 집단폐사에 대해 여러 가지 원인을 말하지만 가장 큰 원인은 기후 위기로 인해 찾아온 이상기후를 말한다. 여기에는 이견이 없는 것 같다. 벌이 사라진다는 것은 각종 과실나무에 수정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날 것이고, 그 결과 수확량의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벌써 가을이 걱정되는 이유이다. 천재물리학자였던 아인슈타인은 “꿀벌이 사라지면 4년 안에 인류도 멸종할 것”이라고 경고했었다. 이게 더 이상 먼 미래의 일이 아닌 우리의 현실이 되어 간다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이런 위기의 경고가 어디 꿀벌의 현상에만 있는가? 이제 더 이상 기후 위기의 경고는 몇몇 미래를 예측하는 학자들의 몫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일상속에서나 주변 환경에서 경험하고 볼 수 있는 현실이 되어 버렸다. 생물들의 멸종, 거대한 자연재해 , 3년이나 우리를 괴롭힌 코로나19바이러스, 기후 위기는 더 이상 북극과 남극의 빙하가 녹아간다는 막연한 소식으로 그치지 않는다. 우리 주변 곳곳에서 이상기후의 징후를 우리는 온몸으로 느낀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찾아온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일까? 화석연료의 과다 사용과 탄소배출 증가 등의 표면적 원인도 있겠지만,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바로 인간의 탐욕에 있다. 산업혁명 이후 일용할 양식으로 만족할 수 없었던 인간의 탐욕은 엄청난 속도로 발전해왔다. 그 발전은 잠시 인간에게 풍요의 낙원을 가져다주는 것 같았다. 인간은 지금도 그 풍요의 낙원에서 탐욕의 열매에 집착하고 있다. 에덴동산에서 “하나님처럼 된다”는 한마디 말에 탐욕의 선악과를 먹은 아담과 하와의 그 실수를 우리가 하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기후 위기는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우리의 삶을 직접 위협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지금의 기후 위기가 인간의 탐욕이 낳은 산물이라면 그 해결책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여러 가지 저탄소 정책을 내놓고, 개인들은 탄소 금식과 같은 작은 실천 사항을 제안한다. 그렇다. 우리는 그렇게 작은 것에서부터 행동과 실천을 해가야 한다. 이제는 더 이상 걱정이나 탄식만을 내어놓을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교회는 더 근본적인 신앙운동을 해야 한다. 그것은 바로 세례요한이 외쳤고, 예수께서 그 길을 보여주셨던 ‘회개’의 삶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인간의 탐욕을 이기는 길은 진정한 회개, ‘메타노이아’의 실천에 있다. 회개는 삶의 방향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일이다. 지금까지 살아오던 풍요와 편리만을 탐닉해오던 삶의 방향에서 경건과 절제의 삶으로 그 삶의 방향을 바꾸어야 한다. 우리는 얼마나 인간중심적이고 이기적이었는가. 늘 강아지 만지고 손을 씻었다. 이제는 손을 씻고 강아지를 만지는 전환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기후 위기의 상황은 우리에게 고백과 실천적 신앙의 삶을 요구한다. 인간과 환경은 둘이 아니라 하나이다, 인간의 탐욕을 내려놓는 회개는 침묵의 봄이 코앞으로 다가와 있는 이 시대, 다시 봄이 노래하는 천국을 꿈꾸게 할 것이다.

황수석 목사

<총회 기후위기대응위원회 위원장, 포항광성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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