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3월 21일 오후 4시 50분 쯤, 전남 보성군 벌교읍 연동마을에 있는 “벌교연동교회(예장 합동측, 최동규 목사 시무)”에서 화재가 발생하여 연동교회 사택이 전소되었다. 최동규(65) 목사와 사모는 이날 앞마당에서 텃밭을 가꾸던 중 사택과 교회 사이에서 불길이 솟아오르는 것을 목격했다. 먼저 불이 번지는 것을 막으려 애쓴 덕에 교회는 유리창 몇 장 깨지는 것으로 화마(火魔)를 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샌드위치 판넬로 지은 교회 사택은 30분도 안 되어 전소됐다. 화재 당시 최 목사 부부는 집 밖에 있어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다. 다만 사모가 불을 진화하다 작은 화상을 입었다. 사택의 화재는 3시간이 지나서야 진화가 되었다.
소방서가 화재원인을 조사한 결과, 밖에 놓여있던 냉장고 과열로 불이 난 것으로 밝혀졌다. 재산 피해는 3억여 원으로 추산했다. 최동규 목사는 2010년에 담임목사로 부임해 14년째 연동교회를 섬기고 있다. 최 목사에게 이번 화재피해는 기가 막힌 상황이다. 2년 전 태풍으로 날아간 사택 지붕을 소속 노회의 도움으로 어렵게 보수한 지, 얼마 안 돼 더 큰 재난을 겪었기 때문이다.
최 목사는 “사택 입구에서 불이 발생해서 가재도구 하나 건지지 못했다. 입고 있던 옷 한 벌과 신고 있던 장화뿐이다. 하지만 교회가 안전하고 주변 지역으로 불이 번지지 않고 진화되어 감사드린다.”고 했다. 최 목사 부부는 현재 주변에서 이불과 침낭을 제공 받아 교회건물에 딸려있는 작은 방에서 지낸다. 또 노회와 동료 목사들이 보낸 구호물품으로 생활하고 있다.
현재 최 목사 가족들은 주변 교회의 도움으로 작은 거처를 얻고, 동역자들이 보내준 구호물품으로 생활하고 있다. 화재의 잔해들을 치우고 사택 복구를 시작해야 하지만 역부족을 느낀다. 채 10명도 안 되는 교인들 중에서 올해만 해도 벌써 두 분이나 세상을 떠났다. 연동교회가 소속된 광서노회(노회장: 박종일 목사)는 대책위원회(위원장: 박원형 목사)를 구성해 모금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신생 노회로서 역량에 한계가 있어 전국 교회의 도움이 절실하다.
최 목사는 “우리 두 사람이 건강하니 감사, 교회에서 더 기도하며 지내니 감사, 앞으로 새 것으로 바꾸어주실 하나님께 감사하다”고 간증했다. 무엇보다 지난 주 교회에서 받은 생활비 100만 원이 사택 안에 있었는데, 들어가지 않아 생명을 건졌다고 했다. “소중한 생활비 100만 원이 생각나지 않게 해 주신 하나님께 감사한다”고 말하면서 최 목사는 미소 지었다. 현찰 100만 원이 생각났더라면 불길을 헤치고 들어갔을 것이고 들어갔더라면 십중팔구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평소에 우리의 걱정거리는 대부분 생각이 나지 않아서 고민을 한다. 모든 아파트가 그렇듯이 대전의 우리 아파트에도 두 가지 비밀번호가 있다. 아파트 1층 정문을 여는 첫째 비밀번호와 11층 우리 집 대문을 여는 둘째 비밀번호가 그것이다. 어느 날 강아지를 데리고 산보를 하고 나서 11층에 있는 우리 집 대문 앞에서 비밀번호를 눌렀는데 문이 열리지 않는다. 다시 두 번을 더 시도했는데 아파트 문을 여는데 실패하였다. 다소 당황한 마음으로 아내에게 건화를 걸었다. 알고 보니 문제는 내가 둘째 비밀번호를 눌러야 할 곳에 첫째 비밀번호를 눌렀던 것이다. 혹시 이게 좋지 않은 ‘정신과 질병(?)’의 전조(前兆)가 아닐까 은근히 걱정이 되었다.
최근에 부쩍 가까운 지인들의 이름이 생각나지 않는 등, 건망증의 빈도수(頻度數)가 점점 잦아지면서 “내가 왜 이러지?”하고 걱정을 해왔다. 그런데 앞으로는 생각나지 않는 것을 염려하지 않기로 했다. 믿는 사람들에게는 생각나는 것이나 생각나지 않는 것 모두가 하나님의 뜻이라 믿기 때문이다. 그동안 수많은 사람들의 다양한 감사의 제목을 지켜보아 왔지만 《생각나지 않게 하신 하나님께 감사》라는 제목은 금시초문(今時初聞)의 감사제목이다. 믿는 자녀에게 생각나는 것이 필요할 때, 생각나게 하시고 생각나지 않는 것이 유익할 때 생각나지 않게 하시는 섬세하고 세밀하신 주님의 섭리와 은총에 새삼 “깊은 감사의 마음”을 떠올리게 된다.
문정일 장로
<대전성지교회•목원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