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첫 번째 위기가 사춘기라면 두 번째 위기는 중년의 위기이다.
장수시대가 되면서 중년의 기간이 길어졌다. 중년이 되면 사람들은 “내 몸이 예전 같지 않네, 이렇지 않았는데” 라는 말을 입에 올리기 시작한다.
나도 중년이 되었을 때 ‘아, 이제 살아온 날보다 살날이 더 적게 남았구나!’ 이런 자각을 했다. 중년기는 왠지 의기소침해지고 불안해지며 자기연민이 생기게 된다. 내면을 들여다보고 성찰하며 내 인생이 이렇게 끝나면 어쩌나 하는 허무감도 생긴다. 젊음의 상실감, 건강의 상실감, 성취의 상실감 그리고 자기 정체감 등등 불안과 초조함을 겪게 된다. 특히 남성에 비해 여성들에게는 그 증상이 심하다. 자기 존재감이 낮아지고 의욕도 저하된다. 길거리의 젊고 화사한 여자들과 비교해 봐도 어쩐지 위축이 된다. 우울증이 오기도 한다.
중년기의 생물학적인 특징으로는 기억력이 예전 같지 않다. 정신력도 떨어지고 근육도 허물어진다. 배둘레햄이 증가하고 머리카락도 빠진다. 몸도 추웠다 더웠다를 반복한다. 중년의 여인과 사는 남자 중 영웅 소리를 듣는 사람은 지구상에 없다.
변덕스럽다. 심리적 타격도 크다. 어느 날 거울을 보다가 ‘아! 저 사람 누구야?’ 하는 생경한 마음도 든다. ‘뭐 하나 해놓은 게 없는데 벌써 이렇게 되었나’ 하는 자기 연민도 생긴다. 중년은 변화무쌍한 얼굴로 다가오는 성숙에로의 초대장 이다.
나는 몇 년 전에 첨단에 너무 뒤지는 것 같아 디지털 전자신문을 구독한 일이 있다. 아이쿠, 무슨 말인지 용어들을 당최 알 수가 없다. 약어나 용어를 이해해야 신문을 읽지 않는가. 그래서 서너 달 보다가 끊어버렸다. 하다못해 TV 광고도 다 못 알아들으니 어찌하랴? 오죽하면 디지털을 “뭐? 돼지털?” 하는 광고카피가 나왔겠는가. 점점 모르는 것이 많아진다. 이 시기는 자녀들로부터도 따돌림당하고 아이들의 반항기와 겹쳐서 여간 곤혹스러운 게 아니다. 10대 자녀를 두고 위로 부모를 모시고 있는 40대의 위기는 바로 10/40 Crisis Syndrome이다.
불혹으로 시작되는 중년은 위기이자 기회다. 인생의 절정기인 하프 타임의 언저리. 이 시기는 안전벨트를 다시 매고 후반전을 위해 이륙해야 하는 때다.
행복한 노년은 중년의 삶의 내용에 바탕을 둔다. 중년에 뿌린 씨앗은 노년에 거두기 때문이다. 고령화 시대의 장수는 선택이 아니라 당연이고 필수다.
준비 없는 장수는 고통이고 재앙이다. 준비된 사람들에게 노년은 축복이다. 노년은 노년대로 더더욱 아름다운 연륜들이다. 살아있다는 존재 자체가 축복이다. 덤으로 주어진 G.G(gained generation) 세대로 보너스의 삶이다.
생로병사(生老病死)의 한 생에 누구나 ‘병’과 ‘사’의 과정으로 간다. 그러기 전 노년은 성숙과 완숙으로 누리는 삶이다. 노년이라고 나이 타령하지 말자. 내 인생의 정점 아니 가슴 설레는 날은 오늘 이후에 있다.
두상달 장로
• 국내1호 부부 강사
• 사)가정문화원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