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광장] 부자와 하나님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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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회에서 모든 직업은 돈벌이와 관련이 있다. 의사와 변호사와 같이 안정되고 고소득을 누릴 수 있는 직업을 모두가 선호하는 반면, 더럽고 어렵고 위험한 분야의 직업은 3D 업종이라 하여 모두 피하려고 한다. 그래서 기를 쓰고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학교에 입학하고 좋은 직장에 들어가 사회적으로 성공하기를 꿈꾼다. 

돈의 유혹은 피하기 어렵다. 요즘 대학생들에게 장래 희망을 물어보면 대다수가 돈 많이 버는 것이라 대답한다. 돈이 있어야 생활이 풍족해지기도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다른 사람의 평가와 시선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하루 세끼 걱정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다른 사람과 비교해서 내가 얼마나 더 많이 벌고 더 높은 지위를 누리며 더 주목을 받는가 하는 상대적 비교에 모두 목말라 있는 것이다. 

높은 지위에 오르거나 큰 부자일수록 더 높은 지위와 더 큰 부에 대한 욕망은 더욱 커지게 마련이다. 욕망이 탐욕으로 변하는 것은 아주 쉬운 반면, 자신의 지위와 처지에 만족하기는 너무나 어렵다. 직장에서 좀 비열한 수단을 써서라도 동료보다 먼저 승진하고, 속임수를 써서라도 계약을 따내어 실력을 인정받으려고 하는 유혹은 너무나 크다. 우리나라에서 세금 제대로 내면서 정직하게 회사 운영하기란 너무 어렵다는 말도 있다. 

노동과 일은 단지 돈벌이의 수단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으므로 직업은 돈 잘 벌고 존경받는 순서대로 서열화된다. 그러니 대학교도 좋은 직장에 많이 보내는 순서대로 서열화될 수밖에 없다. 선호하는 배우자도 학벌과 직업에 따라 정교한 서열이 매겨진다고 하는 것은 놀랍지도 않다. 사람을 하나의 잣대로 서열화하는 비상식적인 일들이 현대사회에서는 아무렇지도 않게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짧은 기간에 우리나라는 경제 기적을 이루어 물질적인 풍요를 누리고 있으면서도 많은 사람들이 행복하지 못한 것은 이러한 욕망의 악순환이라는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더 풍요롭고 더 편리하고 더 효율적인 생활을 추구하려는 욕망이 비교의 늪에 빠져서 탐욕으로 변하는 것은 정말 필연적인 것처럼 여겨진다. 풍요로워질수록 욕망은 더 커지고 더 불행해지는 이 역설에서 벗어나는 길은 정녕 없는 것인가?

부자가 천국 들어가기가 낙타가 바늘귀로 들어가기보다 어렵다고 하신 예수님의 말씀이 바로 이런 것을 두고 하신 말씀이 아닐까. 그리고 원하는 선은 행하지 않고 도리어 원치 않는 악을 행하는 자신을 두고 “오호라 나는 곤고한 사람이로다. 누가 이 사망의 몸에서 누가 나를 건져내랴” 하는 바울의 탄식이 현대를 사는 우리의 탄식이 되지 않을까 한다.

풍요 속에서도 탐욕에 빠져 죄를 짓지 않고 참된 행복을 얻는 길은 풍요를 버리는 데 있지 않을 것이다. 모두가 가난해진다면 탐욕에 빠질 일이 없겠지만 그렇다고 질병과 기근과 고통으로 가득한 삶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 

현대문명이 가져다준 풍요를 누리면서도 행복할 수 있는 길은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무소유의 삶을 찬양하는 기독교인들도 많다. 현대물질 문명의 폐단을 비판하는 많은 사람들이 가난한 삶을 옳은 길이라고 주장한다. 필자의 생각은 좀 다르다. 예수님의 말씀을 잘 생각해보면 부자가 천국 가기 어렵다고 하셨지 불가능하다고 하신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사람이 인위적으로 할 수는 없지만, 복음의 능력이 부자도 천국가게 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이 바로 기독교의 근본 정신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김완진 장로

• 소망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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