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이런 말을 들었다. “기는 놈 위에 걷는 놈이 있고, 걷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다. 그런데 나는 놈 위에는 견디는 놈이 있다.” 이 말을 듣고 한참을 생각했다. 그렇구나! 아무리 잘 해도, 아무리 열심히 해도, 지속적으로 하지 못하고 반짝 쇼로 끝나고 말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목회는 특별강사와 같은 이벤트가 아니라 지속적인 주부사역인데, 하루 이틀 반짝하고 그만둘 수 있는 사역이 아닌데, 어떻게 하면 지속적으로 열정을 가지고 잘 할 수 있을까? 10년이 넘어가면서 고민이 생겼다.
나는 그 해결책을 ‘나의 감사일기’에서 찾았다. 사람을 쉽게 지치게 만드는 것이 완벽주의라고 한다. 완벽을 추구하는 목회자일수록 빨리 탈진한다. 그렇다고 아예 대충하자는 식으로 해나가면 쫓겨난다. 그러면 어떻게 할 것인가? 열심히 하는 동시에 마음의 즐거움을 잃지 아니하는 것이다. 그것이 ‘나의 감사일기 쓰기’이다. 나는 시간만 나면 ‘나의 감사일기 3가지’를 카톡으로 작성한다. 이것을 가족들에게 보낸다. 가까운 친구들에게 보낸다.
그것이 나의 안부가 된다. 동시에 나의 마음관리, 나의 영성관리가 된다. 여기서 나는 지속적으로 목회할 수 있는 작은 힘을 얻고 있다.
목회를 해나가다 보면 까다로운 성도, 불평하는 성도, 의심하는 성도, 비판하는 성도 등 다양한 성도들을 만난다. 그리고 회중들 앞에서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는 것이 항상 긴장이고, 하고 나면 누가 뭐라 하지 않아도 아쉬움을 느낀다. 담임목사에게 가지는 성도들의 기대가 크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늘 조심스럽다. 그러나 인간이기에 실수도 있고 부족함도 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서 마음의 짐이 점점 무거워진다. 스트레스가 심해진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얼굴에는 웃음이 사라진다.
그런데 ‘나의 감사일기 3가지’를 매일 쓰는 습관을 가지면서, 내 마음이 조금씩 밝아지는 것을 경험하고 있다. 대부분의 시간을 해결해야 하는 문제와 일들에 집중하다 보니 스트레스가 많았다. 그러나 억지로라도 감사일기를 쓰려고 앉아 있다 보면, 좋은 성도들, 고마운 성도들이 생각나고, 내가 하나님으로부터 많은 은혜와 축복 가운데서 목회하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어떤 때에는 하나도 생각나지 않아서 ‘그래도 감사한 일들이 있지 아니한가?’ 내 자신에게 물어보면 정말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한 측면들’을 생각해서 글로 적어보면, 그 글이 시들은 내 영혼을 살린다. 그리고 글로 써둔 것들을 가끔 다시 읽어보면, 내 목회 가운데 하나님의 은혜와 도우심과 축복이 얼마나 많았던가를 가슴 깊이 느끼게 된다. 그러면 지금 내가 힘들어 하고 있는 문제와 갈등의 무게가 더 이상 그리 무겁게 느껴지지 않는다. 여기서 견딜 수 있는 힘, 지속할 수 있는 힘을 얻는다.
남정우 목사
<하늘담은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