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 고아들의 벗, 사랑과 청빈의 성직자 황광은  목사 (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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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 보이스 타운 < 3>  

난지도 삼동 소년시 ⑩

소년시 어디든 질서 정연하고 깨끗

모두 자력으로 살아가는 것 기본 모토

소년군 입대 후 새롭게 변화 경험

과거 청산하고 오직 미래 위한 희망

특기해야 될 사실은 트랙터 역시 이 소년시에 살고 있는 소년(시민 자격 연령인 17세를 초과했기 때문에 시민권은 없고, ‘장형’이라고 부른다)이 움직이는데, 금년 들어 인근 주민들의 땅까지 합해 40만 평을 거뜬히 갈아 젖혔다는 것이다.

삼동 소년시의 유일하게 절대적인 법은 12장 67조로 된 삼동 소년시 헌장이다. 동 헌장은 우리나라의 헌법도 무색할 정도로 세밀하게 구성되어 있는데, 총직, 시민권, 시의회, 시정부, 재판, 소년군, 교육, 근로, 은행권, 우편, 출세, 절대권과 자애권의 12장으로 되어 있다.

시민권에 대하여는 헌장 제2장 제7조에 ‘소년시의 시민권은 만 10세로부터 만 17세까지의 한국 소년으로서, 불우한 환경의 희생이 된 집 없고 부모 없는 소년에게 고문이 이를 부여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동 규칙에 의해 시민권이 부여되어 현재 이 소년시에서 생활을 영위하고 있는 시민은 197명에 달하며, 연령이 초과된 소년(이 소년도시에서는 ‘장형’이라고 부른다)이 15명 있으며, 연령 미달자가 10여 명 있다.

그리고 이 소년시는 완전히 삼권이 분립되어 있다. 즉, 입법기관으로서 시의회가 있고, 행정기관으로서 시정부가 있으며, 사법기관으로서 재판소가 있다.

시의회는 시민 15명에 1명씩의 비율로 구성되어 있다. 시정부에는 시장 밑에 농림부, 상공부, 문화부, 재정부, 교체부, 보건부, 생활부가 있는데, 시장은 고문의 동의를 얻어 소년군 사령관을 임명하며 최고 명령권을 보유한다. 재판소 구성은 일반 시민이 피고일 경우에 시장이 재판소장이 되고, 검사는 군사령관이 담당하며, 시의회 의장이 변호를 담당한다. 그리고 피고가 부장 이상일 경우에는 기 의회장이 재판장이 되며, 시장이 변호를 담당하고, 고문이 언도를 내리게 되어 있다.

시 자체의 구성은 각 촌으로 되어 있으며, 촌명을 열거해 보면 동화, 영광, 평화, 신앙, 승리, 이상, 신생, 희망, 샛별, 독립 등이다. 촌은 13명의 시민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촌장과 부촌장이 있고 부촌장은 해당촌 출신 시의원이 겸한다.

시민들의 일과를 보면 아침 여덟 시부터 열두 시까지는 전원이 학교에서 교육을 받고, 오후 한 시부터 다섯 시까지 시장의 지휘 밑에 작업을 하며, 다섯 시 이후는 각 촌에 들어가 촌장의 지휘 밑에 공부나 촌의 일을 한다.

기자는 아침 열 시부터 오후 세 시까지 머물러 있으면서, 고문의 안내를 받아 소년시를 샅샅이 돌아보았다. 어디를 가도 질서 정연하고 깨끗하다는 것이 매우 인상 깊었다.

특히 딴 고아원과 달리 어두운 표정을 하고 있는 소년을 볼 수 없다는 것이 마음을 퍽 명랑하게 해 주었다. 그리고 시민의 연령에 미달되는 어린아이를 서로 따뜻하게 보호해 주고 있는 광경을 보고 그지없이 마음이 아늑해졌다.

여기서는 모두가 자력으로 살아 나간다는 것이 기본 모토이다. 그렇기 때문에 시민은 일을 해야 되는 의무를 갖고 있으며 그 양에 따라 적당한 보수를 받는다.

현재 여기서는 소년시 자체의 화폐를 사용하고 있다. 그 화폐의 종류는 1화(和), 5화, 10화, 1평(平)의 4종이 있다. 1평이라는 것이 한국은행의 10원에 해당하며 1화는 1원에 해당된다.

노동에 대한 보수는 시간당 1화 정도인데, 힘든 일이라든가 기술이 필요한 일에 종사하는 사람에게는 좀더 많은 보수를 지불한다고 한다.

그리고 시민된 자는 소년군에 소집되어 1개월 간 복무할 의무가 있다.

소년군 사령관의 설명에 의하면 현재 15명의 시민이 소집되어 소년군을 형성하고 있는데, 아무리 동작이 느리고 생기가 없던 시민도 일단 소년군에 입대해 훈련을 받기만 하면 딴 사람이 된다는 것이었다.

소년군에는 헌병대, 경비대, 봉사대의 3대가 구분되어 있는데, 헌병대는 우리 나라에 있어서 경찰에 해당되고, 경비대는 군대에 해당되며, 봉사대는 특수한 조직으로 새로 입주하게 되는 소년에게 시민권을 주기 전에 1주일 간 입대시켜 정신 교육과 훈련을 시키는 기관이다.

소년시의 물가를 보면 1화로 연필 3,4자루를 살 수 있을 정도이며, 여러 시민들에게 기본적인 의식주는 보장해주나, 이발, 세탁, 목욕 및 학용품 등은 각자의 수입으로써 부담해야 된다. 이런 것은 앞으로 일반 사회에 진출하게 될 여러 시민 소년들에게 자력으로 살아 나아갈 수 있는 마음과 힘을 가꾸어 주는 데 목적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소년 시내에서만 통용되는 우표가 있는데, 1화짜리 우표를 붙여 우체통에 넣기만 하면 소년 시내 어디라도 당일로 편지가 도달된다고 한다. 만일 소년시 밖으로 편지할 때는 시 정부의 재정부에서 소년시 은행권을 한국은행권과 바꿔서, 일반 사회에서 사용하는 우표를 사서 붙여 준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소년시에는 문교부 교육령에 의한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있다. 그런데 중학교는 아직 문교부의 인가를 받지 못했다고 한다. 여기 중학교에는 인근에 있는 외부 농촌에서 다니는 학생도 많다고 한다. 앞으로 좀더 자리가 잡히고 자금이 생기면 학교를 증축하고 교원 진용을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현재 소년시가 관리하고 있는 땅은 12만 평에 달하는데, 농기구 및 농자금 부족과 노동력의 부족으로 불과 3만 평밖에 경작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도 금년도 농작물의 총 수확고는 400만 환 정도는 될 것이라고 했다.

중요 농산물은 땅콩, 감자, 수수, 콩을 비롯한 여러 가지 야채류라고 한다. 앞으로 좀더 자리가 잡히고 농자금이 생기면 나머지 광활한 황무지를 모두 개간해 농토화할 수 있다고 했다.

시민들에 대한 급식은 CAC에서 배급받는 1인당 3홉의 양곡과 시 자체의 생산물로써 충당하고 있는 형편이어서 양으로는 충분하나 질로서는 아직 만족할 수 없는 형편이었다.

주식물에 비해서 부식물은 시 자체의 생산물이 풍부하므로 채식은 충분하나 육식에 대한 대책이 별로 없었다. 이런 점 관리 당국과 해당 정부 당국의 고려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기자는 생각했다.

시민들의 성분을 보면 절반 이상이 전쟁고아이며, 나머지는 가정불화로 인한 유랑아 또는 형법에 저촉되어 감화원을 거쳐서 보호 처분을 받고 있는 소년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기자가 본 오늘날의 그들은 정문 옆의 게시판에 써 있듯이, 과거를 깨끗이 청산하고 오직 미래의 희망을 위하여 살고 있으며 노력하고 있는 것을 역력히 볼 수 있었다.

김희보 목사

· ‘人間 황광은’ 저자

· 전 장신대 학장

· 전 한국기독공보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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