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약성경 안에는 이스라엘 백성이 아닌 ‘이방인’들도 신앙의 영적인 눈을 떠서 여호와 하나님에 대한 신앙고백을 했던 기록들이 수록되어 있다. 모세의 장인 이드로는 미디안 지역의 우상 종교의 제사장이었다. 그러나 출애굽 과정에서 일어난 모든 일을 모세로부터 들었을 때 그는 이렇게 말한다. “여호와를 찬송하리로다. 이제 내가 알았도다. 여호와는 모든 신보다 크시도다.”(출 18:10-11)
여리고의 창기였던 라합은 이스라엘의 정탐꾼을 숨겨주면서 말한다. “너희의 하나님 여호와는 위로는 하늘에서도, 아래로는 땅에서도 하나님이시니라.”(수 2:10-11) 사회적으로 비천한 여인의 놀랄만한 신앙고백이다. 또 아람(=시리아)의 군사령관 나아만은 요단강에서 일곱 번 몸을 씻고 병 고침을 받았을 때, 이렇게 고백한다. “내가 이제 이스라엘 외에는 온 천하에 신이 없는 줄을 아나이다.”(왕하 5:15)
욥의 경우를 보자. 욥은 에돔 사람이었다. 즉 이방인이다. 그 근거는 무엇인가? 욥기가 시작되는 첫마디 말에 욥이 이방인이라는 사실을 밝히고 있다. “우스 땅에 욥이라는 이름의 사람이 있었는데….” 우스(Uz) 땅은 에돔 지역이다. 예레미야애가 4:21에 “우스 땅에 거하는 에돔아!”라는 구절을 보면, 우스 땅은 분명히 에돔 지역이다. 그런데 에돔 사람 욥은 고난 중에도 여호와 하나님을 찬양한다. “주신 자도 여호와시요, 취하신 자도 여호와시오니, 여호와의 이름이 찬송을 받을지니이다.”(욥 1:21) 전통적으로 유대교 랍비들은 욥을 “구약에 등장하는 이방인들 중에서 가장 의로운 이방인”이라고 평가한다.
이방인들 중에서 하나님을 찬양한 인물로 빼어놓을 수 없는 사람은 바사(=페르샤) 제국의 황제 다리오이다. 그는 30일 동안 왕 외에 어떤 신에게나 사람에게 기도하는 자는 사자 굴에 던져넣는다는 금령을 전국에 내렸다. 다니엘은 무서운 형벌이 따르는 황제의 금령이 공포된 사실을 알고도 항상 하던 대로 예루살렘을 향해 하루에 세 번씩 무릎 꿇고 하나님께 기도했다. 이것이 발각되었고, 결국 다니엘은 사자 굴에 떨어졌다. 그러나 다니엘은 조금도 상하지 않고, 사자 굴에서 나오게 되었다. 그때 다리오 황제는 특별 조서를 전국에 선포한다. “내 나라 관할 아래에 있는 사람들은 다 다니엘의 하나님 앞에서 떨며 두려워할지니 그는 살아계시는 하나님이시오, 영원히 변하지 않으실 이시며, 그의 나라는 멸망하지 아니할 것이요, 그의 권세는 무궁할 것이라.”(단 6:26) 이방나라 페르샤의 이방인 황제의 놀랄만한 신앙고백이다.
이들 이방인의 신앙고백을 보면 몇 가지 주목할 점이 있다. 첫째는 신앙고백 하는 사람들의 다양성이다. 지리적으로는 미디안 족속(이드로), 가나안 원주민(라합), 아람 사람(나아만), 에돔 사람(욥), 바사 사람(다리오 황제) 등 실로 다양한 사람들이다. 어느 나라 어느 민족도 여호와 하나님을 믿는 신앙 안으로 들어올 수 있음을 말해준다. 또한, 이들의 사회적 지위의 다양성이다. 우상 종교의 제사장, 사회적으로 천대받는 창기, 군사 강국의 군사령관, 제국의 황제 등 다양하다. 사회적 지위나 위상, 그리고 그때까지 믿어왔던 종교와 관계없이 누구나 여호와 하나님을 믿고 섬기는 ‘하나님의 백성’이 될 수 있다는 진리를 말해준다.
박준서 교수
<피터스목사기념사업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