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께서 대답하여 가라사대 마르다야 마르다야 네가 많은 일로 염려하고 근심하나 그러나 몇 가지만 하든지 혹 한 가지만이라도 족하니라 마리아는 이 좋은 편을 택하였으니 빼앗기지 아니하리라 하시니라”(눅 10:41~42)
주변에서 흔히 보고 들었던 이야기입니다. 손을 너무 자주 씻어서 비누 하나가 하루도 못간다든지, 뭔가 중요한 내용이 있을까봐 우편물을 버리지 못하고 쌓아둔다든지, 반듯 반듯하게 책상을 정리하느라고 시간을 소모하고 정작 중요한 공부나 업무는 하지 못하고, 누군가 자기 물건을 손대면 자기만의 방식으로 정리 정돈하느라고 시간 보내고, 문을 잠그고 외출할 때 문고리를 좌우로 4번씩 뒤로 한발 물러서서 잘 잠겨졌는지 세 번씩 반복 생각하고 고개 돌려 마지막 한번 확인하고 외출하기. 모 방송에서 나왔던 장면 중에는 집안에 누울 자리가 없을 정도로 밖에서 쓸모 없는 주워 온 물건이나 쓰레기들로 꽉 채우고 사는 사람을 방영한 적 있었다. 세상에 이런 사람도 있다고 신기한 듯 시청자들은 재미있어할 수 있지만 사실 그 정도이면 정신건강의학과 치료가 필요한 강박장애 환자의 모습이다.
건강보험공단 진료비 지출통계에 보면 2014년 강박장애로 치료받은 사람은 2만 3천여 명으로 증가 추세에 있고, 그 중에 20대가 1위, 30대 2위, 40대 3위로 젊은 20~30대가 45%나 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사장 김용익)은 건강보험 진료데이터를 활용해 2015년부터 2019년까지 ‘강박장애(F42)’ 질환의 건강보험 진료현황을 발표했다. 불안감을 주 증상으로 하는 ‘강박장애’가 약 3만 명의 진료인원을 기록했으며, 그 중에 20대가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박장애(F42)는 앞에 예를 들었던 것처럼 원하지 않는 생각이 반복적으로 떠올라서 불안해지고 그 불안을 없애기 위해 어떤 행동을 반복하게 되는 불안장애 중에 하나의 질환이다.
황원준 전문의
<황원준 정신의학과 원장•주안교회 장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