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서노회장로회」는 지난 8월 13일 주일 오후, 대전 유성구 노은동에 위치한 「노은중앙교회(이광수 목사시무)」에서 순회예배를 드렸습니다. 그날 이광수 목사는 《본이 되는 신앙》이라는 제하(題下)의 말씀을 전했는데 그 말씀을 요약하여 오늘의 “신앙산책”난에 옮겨봅니다.
전북 김제에서 금광에 투자해서 큰돈을 벌었던 사람으로 《조덕삼(趙德三, 1866~1919)》이라는 청년이 있었습니다. 그는 거금을 들여 김제군 금산면 일대의 땅을 사들여 대지주가 되었죠. 하루는 경상도 남해에서 《이자익(李自益, 1882~1961)》이라는 17세의 소년이 찾아옵니다. 이 소년은 조실부모(早失父母)하고 떠돌며 가난과 굶주림 속에 살다가 먹고 살 곳을 찾아 전라도 김제 부잣집에 머슴살이를 하러 온 것입니다. 조덕삼은 그 소년을 머슴 겸 마부(馬夫)로 삼았습니다. 어느 날 조덕삼은 아들이 천자문을 공부하는데 머슴이 어깨너머로 익힌 글을 줄줄 외우는 걸 보고, 그를 아들 옆에 앉혀놓고 함께 공부를 시켰습니다.
그 무렵 전라도 지역에서 선교하던 테이트(Tate, 한국명: 최의덕) 선교사가 김제에 왔다가 조덕삼의 집 마방(馬房=마구간을 갖춘 주막집)에 머물며 복음을 전했는데 조덕삼과 이자익 및 가족들이 믿게 되면서 사랑채에서 예배를 시작합니다. 조덕삼의 땅을 이용했던 소작인(小作人)들도 교회에 나왔습니다. 후에 조덕삼은 자기 땅에 교회를 지어 봉헌했고, 머슴 이자익은 총명해서 성경과 교리에 밝아 교회의 영수(領袖=조직이 미약한 장로교회를 인도하던 임시 직분)가 됩니다.
교인 수가 늘어 장로를 세우기 위해 투표를 했는데, 후보는 주인 조덕삼과 머슴 이자익이었습니다. 투표 결과가 어땠을까요? 주인이 떨어지고 머슴이 당선된 것입니다. 교회 분위기가 술렁였죠. 당시 대도시의 교회들 중에는 천민 출신이 장로가 되면 양반들이 교회를 나가 새로 개척하는 일이 많던 때였습니다. 금산교회도 분위기가 어수선해지자 조덕삼이 선포합니다 “이것은 모두 하나님의 뜻입니다.” 그 후 조덕삼은 장로 이자익 앞에서 무릎을 꿇고 설교를 들었고, 집에서는 머슴 이자익이 주인 조덕삼을 깍듯이 모셨습니다. 2년 뒤 장로가 된 주인 조덕삼은 머슴 이자익을 평양신학교에 보냈고 학비를 전담합니다. 또 이자익이 목사가 되자 금산교회 담임목사로 청빙하여 최선을 다해 그를 섬겼습니다.
겸손이란 이런 것입니다. 조덕삼 장로의 겸손과 섬김은 이자익 목사라는 장로교의 큰 인물을 세우는 밑거름이 됩니다. 이자익 목사는 대전신학교(現대전신학대학교)를 설립했고, 장로교 총회장을 3차례나 역임했죠. 한마디로, 조덕삼 장로의 섬김은 귀감이 되고 본이 되었으며 그는 믿음이 장성한 분량에 이른 그리스도인이었습니다.
빌립보서를 쓴 바울 사도는 본래 그리스도의 훼방꾼이었습니다. 그런 그를 도와 위대한 사도가 되게 하였고 신약성경을 13권을 썼고 그로 하여금 수많은 영혼을 주께 돌아오게 한 인물이 있었습니다. 영적 은사를 지닌 《바나바》였습니다. 바나바는 바울의 영적 선배였지만 바울과 함께 동역을 했습니다. 성경에서 처음엔 “바나바와 바울”로 불리더니 어느 순간 “바울과 바나바”로 순서가 바뀌게 됩니다. 또 다음 순간 “바나바”는 사라지고 “바울”만 사역의 전면에 나선 기록을 보게 됩니다. 이 모두가 “바나바”의 겸손과 섬김 때문이었습니다. 바나바는 바울을 그렇게 높여주고 자신은 표면에서 사라진 것입니다. “바나바”가 없었다면 우리가 아는 “바울”이 과연 있었을까 싶을 정도의 영향을 끼친 인물입니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장로로 기름 부어 세우신 것은 바로 그런 일을 하라고 세워주신 것입니다. 많은 성도들이 본받고, 믿음이 장성한 분량에 이르는 그리스도인이 되도록 세우는 일을 하라는 주님의 뜻이지요. 나 자신을 철저히 부인하고 성도들을 오직 예수의 사람으로 세우는 일을 분부하신 것이라고 믿습니다.
오늘 우리에게 주신 말씀(빌 4:8-9)에도 두 가지를 권면합니다. 첫째는 “생각하라”는 것이고 둘째는 “행하라”는 것입니다. 바울은 “내게 배우고, 받고, 듣고, 본 바를 행하라”고 말했습니다. 이것이 하나님께서 여러분을 장로로 기름 부어 세우신 이유입니다. 이 일을 위하여 여러분들에게 영적 권위와 권세와 은사를 주신 것이라고 믿습니다.
문정일 장로
<대전성지교회•목원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