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식일을 지키라는 말씀은 십계명 중 네 번째 계명이다. 그런데 크리스천들은 안식일을 지키지 않는다. 그 대신 ‘주님의 날’(주일 主日)을 지킨다. 왜 기독교인들은 십계명의 말씀대로 안식일을 지키지 않는가? 신약성경의 복음서를 보면, 예수님은 안식일에 ‘늘 하시던 대로’ 유대인 회당에 출석하셨다. (눅 4:16) 예수님도 구약의 안식일 법을 지키신 것이다. 사도 바울도 전도 여행 중에 ‘안식일마다 회당에서 강론하셨다’고 사도행전은 기록했다. (행 18:4) 초대교회 성도들도 안식일을 지켰다.
예수님께서 부활하신 날은 ‘안식일 후 첫날 새벽’이었다. (마 28:1; 막 16:2; 눅 24:1) 즉 일요일 새벽이었다. 따라서 일요일은 예수님께서 부활하신 ‘주님의 날’ 주일(主日)이다. 그러나 신약성경에서 ‘주님의 날’이라는 말은 요한계시록 1장 10절에 단 한 번만 사용되었다. 서기 90년대에 기록된 것으로 추정되는 요한계시록에서 밧모 섬에 유배되었던 요한이 계시를 받은 날이 ‘주님의 날’이었다는 것이다. 이렇게 ‘주님의 날’(주일)이라는 말이 사용되기까지는 초대교회가 시작된 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서였음을 알 수 있다.
초대교회에서 ‘안식일 다음 날’ 곧 ‘주님의 날’을 어떻게 지냈는지 정확히 말하기 어렵다. 2세기 후반 고린도 교회의 감독이었던 디오니시우스(Dionysius, 170년경)는 그의 편지에서 “오늘 우리들은 주님의 거룩한 날(Lord’s Holy Day)을 지켰습니다”라고 ‘주일예배’에 관해 언급했다. 여러 가지 자료로 미루어 볼 때 초대교회에서 ‘주일’을 지킨 것은 1세기 말부터 서서히 제도화되기 시작했다고 추정된다. 그러나 ‘주일’을 안식일처럼 모든 일을 중단하는 ‘휴식의 날’로 지킨 것은 아니었던 것 같다.
3세기 초 교부신학자 터툴리안(Tertullian, 서기 150-220년경)은 그의 글 중에서 대단히 중요한 말을 남겼다. “(크리스천들 중에는) ‘주님의 날’을 더 잘 지키기 위해서 일상적인 일을 중단하는 엄격한 크리스천도 있다.” 크리스천들은 ‘주일’에도 보통날처럼 일을 했지만, 그 중에 더 열심을 내는 사람들은 일을 하지 않았다는 말이다. 다시 말하면 당시 교회가 ‘주일’을 지키기는 했지만, 안식일처럼 ‘휴식의 날’은 아니었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러나 서기 321년부터 ‘주일’ 문제에 큰 변화가 일어났다. 콘스탄틴 황제가 ‘태양일’(Day of the Sun, Sunday, 일요일)을 공적인 휴일로 선포한 것이다. 일요일을 공휴일로 만든 콘스탄틴 황제의 칙령은 기독교회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기독교회에서 일요일은 ‘주님의 날’(주일)이었고, ‘주일’이 황제의 칙령으로 공휴일이 된 것이다. 그 결과 기독교인들이 지키던 안식일은 자연스럽게 ‘주일’로 흡수, 단일화되었다. ‘주님의 날’과 안식일을 한 날로 합쳐서 ‘주일’을 ‘안식일화’한 것이다. 즉 주일을 휴식의 날로 지킴으로서 안식일을 지키는 것이 된 것이다. 그러나 기독교인들의 ‘성수 주일’은 과거의 안식일보다 신학적 의미가 훨씬 넓게 확장되었다. 구약의 안식일의 의미 뿐만 아니라, 주일은 주님께서 부활하신 날이므로 부활하신 주님을 경배, 찬양하고 예배하는 날이요, 부활하신 주님을 성도들의 삶과 마음속에 영접하는 날이다.
박준서 교수
<피터스목사기념사업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