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은 자기 자리에서 본연의 역할을 잘 감당할 때 그 가치가 더욱 빛이 나지만, 그렇지 않을 때 많은 문제가 초래된다. 자연과 인간의 자리를 살펴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하나님이 만물을 창조하시면서 자연의 자리와 인간의 자리를 정해주셨는데, 자연은 하나님이 정하신 법칙에 따라 작용하며 하나님이 정해주신 자리를 지키고 있기에 인류에게 수많은 유익을 제공해 준다. 반면에, 인간은 자신에게 주어진 사명인 자연을 돌보고 관리하는 청지기의 자리를 망각하고 자기들의 유익만을 위해 살다가 자연을 아프게 했고, 결과적으로 그 일이 부메랑이 되어 다음 세대에까지 고통을 물려주고 있다. 이는 인간이 서 있어야 할 자리를 바르게 인식하지 못한 탓이며, 또한 다른 존재의 자리를 확보해주어 함께 사는 지구 공동체를 건강하게 만들어가야 하는 창조적 정의를 실행하지 못하고 놓친 결과라 아니할 수 없다.
도형을 정확하게 그리기 위해서는 바른 자가 있어야 하듯 사람이 자기 자리를 잘 지키고 다른 존재의 자리를 지켜주며 서로가 행복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바른 생각을 가져야 한다. 그와 같은 올바른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인간을 가르치는 책이 바로 성경이다. 우주에 있는 천체의 자리를 정해주셨듯이, 하나님은 성경을 통해 주의 몸 된 교회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의 자리도 은사별로 구별해 주셨다. “그가 어떤 사람은 사도로, 어떤 사람은 선지자로, 어떤 사람은 복음 전하는 자로, 어떤 사람은 목사와 교사로 삼으셨으니 이는 성도를 온전하게 하여 봉사의 일을 하게 하며 그리스도의 몸을 세우려 하심이라”(엡 4장 11-12절)라고 하시며, 하나님이 각자에게 주신 은사의 역할을 잘 이행하여 주의 몸 된 교회를 건강하게 세우는 자들이 될 것을 권하셨다. 이는 하나님이 각 존재의 자리를 얼마나 소중히 여긴 분이신지를 우리로 깨닫게 하는 부분이다.
천체와 자연 세계가 하나님이 정하신 자리를 잘 지킴으로 인류에게 유익을 줄 수 있는 것처럼, 교회와 그에 관련된 곳에서 헌신하는 모든 이들이 각자에게 주어진 자리를 귀하게 여겨 맡은 일에 충성하고 다른 이들이 맡은 자리를 인정하며 서로 존중하고 협력한다면 하나님의 교회와 이를 중심으로 형성된 모든 기관이 더욱 건강하게 세워질 것이다. 역으로, 장로와 목사, 그리고 총회나 노회에서 섬기는 이들이 맡은 영역에 관한 정확한 이해 없이 신중하지 않게 행동하거나 자신이 맡은 영역을 넘어 다른 영역을 침범할 경우 큰 혼란이 야기될 것이며, 이는 공동체의 아픔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당사자들이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더라도 상황이 그렇게 흘러가는 경우가 있는데(고전 3장), 유익을 해칠 수 있는 생각이 밖으로 드러나게 될 때 어떤 현상이 일어나겠는가?
사람은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으며 존재하도록 만들어졌다. 우리가 맡은 자리 또한 그렇다. 우리는 하나님이 내게 주신 자리가 어디이며, 그 자리에서 내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정확히 인식하여 그 자리에 합당하게 행함으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고 공동체에 평화와 유익을 주는 삶을 살아내야 한다. 그럴 때 비로소 그 사람이 서 있는 그 자리가 빛이 날 것이다.
이홍술 목사
<총회규칙부장·평화로운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