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경영] 집사람 아닌 아내라는 표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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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신혼 초 아내를 어떻게 불러야 할지 몰라 “헬로야”라고 불렀다. 그랬더니 “나 헬로야 아닌데”라고 응수했다. 그래 같이 웃으며 호칭문제로 헤매기도 했다.

가정을 화두로 방송을 같이 하다 보면 자기 아내를 ‘우리 집사람’이라고 말하는 경우를 자주 본다. 일상에서도 흔히 집사람이라는 말을 듣게 된다. 그럴 때면 존경스럽던 그분의 품격이 떨어지기도 하고 실망스럽기도 한다. 부부간에 호칭이 다양하다. 아내를 호칭하거나 표현할 때 여러 가지가 있다. 아내 외에 집사람, 안사람, 처, 마누라, 색시, 내자, 할멈, 할망구, 여편내, 여보, 어이, 당신, ~~엄마, Wife, hi, 허니 등등.

남편을 말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남편, 서방(님), 낭군, 신랑, 우리집양반, 집주인, 바깥양반(사람), 여보, 당신, 그이, 아빠, 오빠, ~~아빠 등등.

독자 여러분! 우리 부부는 요새 배우자를 어떻게 호칭하고 있는가? 또 배우자를 남한테 소개할 때는 어떻게 표현하는게 좋을까?

우리말에 집사람 안사람하면 왠지 세련미가 없어 보인다. 듣기에도 생경스럽기도 하다. 산뜻하거나 스마트한 맛이 없다. 집사람 – 집을 지키는 사람인가? 수호신인가? 집에만 머물러 있는 여자, 밥하고 설거지나 하고 청소하고 애들이나 돌보는 집안에만 머물러 있는 할 일 없는 여자, 물론 그 일들도 굉장히 중요한 일이고 과업이다. 그러나 호칭으로는 심각한 오류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사람이라고 하면 촌티에 배우자의 가치가 평가 절하되는 느낌이다. 그런데 더 가관인 것은 나의 집사람도 아니고 우리 집사람이라고 하면 말문이 막힌다. 억장이 무너지는 소리다.

그런데 우리는 거리낌없이 그렇게들 부른다. ‘우리’라는 말은 2명 이상의 집단 언어이다. 아내가 집단의 소속이라면 그것은 심각한 문제이다. 일처다남의 사회에서 가능한 일일까? 가부장 문화가 사라지고 극단적 페미니즘이 지배하는 모계중심사회에서나 가능할까? 그것도 아닌 것 같다. 언어표현의 모순이다. 부를 때 여보가 좋고 인용구에는 내 남편, 제 남편이라는 표현이 좋다. 남편의 반대어는 여편이다. 그런데 여자에게는 여편이 아니라 ‘네’ 붙여 여편네라고 한다. 이것은 자기 아내나 결혼한 여자를 얕잡아 부르는 비속어이고 폄하된 표현이라 쓰지 않는게 좋다. 특별한 애칭이 있다면 애칭을 쓰는 것도 좋다. 

어떤 날 아내를 태우고 같이 차를 타고가다 아리랑 고갯길에서 덜커덩하면 아내가 한 말씀 날린다. “여보, 옆에 귀부인이 타고 있어요. 좀 점잖게 차를 몰 수 없어요?” 그러면 나는 재빨리 아, 그렇구나 귀가 2개나 달린 “귀뿐이”가 탔구나. 그래 당신은 귀뿐이야 그리고 말도 잘 하잖아. 그래 “입뿐이”이기도 하지. 당신은 입뿐이, 귀뿐이야. 이렇게 귀부인, 이뿐이를 변형의성화해 말하고 서로 깔깔 웃기도 한다.

그래 우리 집에는 집사람이 없다. 마누라도 없는 가정이다. 아내가 있고 남편이 있을 뿐이다. 우리 다 같이 집사람, 안사람을 버리자. 그리고 아내라고 하자. 나이 들어갈수록 부드럽게 다가가 “여보” “당신”이라고 부르며 쳐다볼 수 있는 것도 행복 중에 행복이려니.

두상달 장로

• 국내1호 부부 강사

• 사)가정문화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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