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생각하며 행동하는 이성적인 존재이다. 이는 하나님이 자기 형상을 따라 사람을 지으셨기 때문이다. 레너드 스윗(Leonard Sweet)에 따르면, 출생 시 인간의 두뇌는 단지 38%만이 개발되어 있지만, 다른 모든 포유동물은 태어났을 때 이미 뇌의 98%가 개발된 상태라고 한다. 그래서 동물들은 갓 태어난 새끼의 움직임과 어미의 움직임이 거의 같지만, 인간은 수년 동안 많은 단계를 거쳐야 한다. 이는 인간이 다른 피조물과 다르게 창조되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대목이다. 동물들은 100년 전이나 지금이나 생활방식이 변하지 않지만, 인간은 문명의 발전을 통해 수많은 변화를 이루었고, 앞으로도 그렇게 역사를 만들어 갈 것이다.
지성, 감성, 의지를 갖췄기에 인간은 주어진 공간에서 저마다의 특성을 살리며 생활을 영위한다. 중요한 것은 이 셋이 조화와 균형을 이루는 전인적인 사고를 갖고 행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사람이 많을 때 우리가 사는 사회는 맑아지고 더 건강한 문화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인데, 아쉽게도 우리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어느 한 편에 치우쳐 편을 가르며 다툼과 분쟁을 초래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현상은 이념이나 지역에 따라 나타나기도 하고, 때로는 아무런 주관 없이 남의 의견을 맹목적으로 좇아 함께 어우러져 부화뇌동하는 예도 있다.
사람은 사회적 존재이기에 어느 집단에 소속되어 어떤 형태로 자기 뜻을 표출하며 살아갈지는 각자의 몫이겠지만, 중요한 것은 다양한 생각과 행동들이 지향하는 목표이다. 무엇을 위한 생각이며 무엇을 위한 결집인지? 공동체를 세우는 것인지 아니면 공동체를 허무는 것인지? 내 마음을 담아 내 의견을 제시한 그 일이 주님이 원하시는 것인지 아니면 주님을 아프게 하는 것인지? 의 물음이다. 대체로 사람은 자신이 하는 것이 옳다는 전제를 가지고 행동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 전제가 정답이면 얼마나 좋겠는가만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다. 그 이유는 우리가 불완전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20세기의 신학에 큰 영향을 미친 칼 바르트(Karl Barth)가 한 말을 인용해본다. 바르트는 타임지(TIME)와의 대화에서 “한 손에 성경을 다른 한 손에 신문을 들고 읽어라. 둘 다 읽되 신문은 성경에 비추어 해석하라”라고 했다. 여기서 바르트가 말하고자 한 것은 그리스도인이 세상의 일을 멀리하지 말고 세상의 일에도 관심을 가지되 성경에서 말씀하시는 정신과 가르침으로 세상의 일들을 바라보고 이해하고 해석하며 살아야 한다는 당위의 문제일 것이다. 성경 안에 우리가 사는 세상의 다양한 형태들에 관한 가르침들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바르트의 말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도 시사해준 바가 매우 크다. 우리는 각자의 품성과 신앙의 성향에 따라 다양한 생각을 하고 산다. 서로의 생각이 같을 수는 없다. 한 부모 아래서 자란 형제자매라도 생각이 다르고, 한 선생님의 교육을 받은 제자라도 생각이 다 다르다. 사회 전반에 관한 내용에서도 그렇고 신앙의 길에서도 그렇다. 그러므로 기억할 것은 나와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을 나의 잣대로 판단하지 말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가 생각하는 존재로 만들어졌음을 인식하되, 먼저 내 생각이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에 얼마나 가까운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그런 후에 말씀이 가르치는 방향으로 내 생각을 돌려 말씀이 지시하는 대로 낮은 자세로 행동해야 한다.
이홍술 목사
<평화로운교회·총회규칙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