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6‧25전쟁으로 잿더미가 된 나라였다. 1953년 휴전이 되던 해 필자는 초등학교 학생으로 한강을 건너 서울 친척집을 방문했던 때가 있었다. 그때 어린 초등학교 학생의 눈에 비친 서울의 모습은 그야말로 건물들의 기둥들만 눈에 뜨일 정도였다. 6‧25전쟁으로 폐허가 된 서울의 모습은 참담했다. 그런데 휴전이 된 지 73년이 지난 오늘 서울의 모습은 빌딩 숲을 이루고 있고, 한강의 기적을 이루고 있다. 경제적으로 세계 10대 무역국이 되었다. 세계인들이 인정하는 선진국이 되었다. 세계 많은 나라 사람들이 한글을 배워 한국에 오고 싶어하는 나라로 성장했다. 이처럼 세계인들이 선호하는 나라가 되었고, 경제적으로 국민소득 3만 달러가 넘는 국가가 되었지만, 정치적으로는 후진국형을 면치 못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이후 13명의 통치자가 집권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지만, 여야의 정쟁(政爭)은 끊일 날이 없다. 조선시대에도 4색 당쟁으로 국론이 분열되어 결국 임진왜란이나 병자호란과 같은 국난을 당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1945년 8월 15일 광복 후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여야의 진영논리에 따른 대립과 갈등은 변함이 없다. 그 진영논리 배경에는 진보와 보수, 좌익과 우익의 이념까지 내재되어 어떤 때는 위험수위를 넘어설 정도로 국민의 편향적 사고에 따른 대립과 갈등이 심각하다. 민주주의의 요체는 선거다. 선거에 의해 나라의 통치자가 선출되면 자신이 지지하지 않는 인물이 선출되었다고 하더라도 깨끗이 승복하고 다음 기회를 기다리는 것이다. 물론 새로 선출된 국가 지도자라고 하더라도 국민의 뜻에 반하는 결정적 잘못을 저질렀을 경우에는 국민이 저항권을 발동할 수 있다. 국가적으로 발생하는 사건들이 일반 상식과 이성에 비추어볼 때, 그렇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이 진영논리에 휩싸여 국민저항권 발동을 너무 자주 남발한다면 오히려 사회불안을 야기시켜 국가발전에 저해 요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정부가 잘한 것은 잘한 것으로 인정해 주고 잘못한 것은 사심 없이 비판하여 바로잡아 나가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자유민주주의 국가다. 나라의 주권이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궁극적으로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자유로운 국가다. 하지만 국내외적으로 발생하는 사건들에 대해서 편향적 사고로 진실을 왜곡하여 선동하는 행위를 자행한다면, 그것은 자신을 위해서나 나라를 위해서나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냉정하게 생각해야 할 것이다.
독일의 근대 역사가 랑케(Leopold von Ranke)는 역사란 무엇인가? 역사란 있었던 것을 그대로 보는 것이다(Wie es eigentrich gewesen ist?)라고 하였다. 로마의 역사가 타키투스는 ‘연대기(Annales)’ 서두에서 사물을 볼 때, “분노하지 않고 냉정하게(sine ira et studio) 보아야 한다”고 하였다. 이것은 편향적 사고 없이 있었던 사실을 사실 그대로 ‘냉정하게’ 객관적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흑을 백으로 보고, 백을 흑으로 본다면, 그것은 진실이 아니고 거짓이다. 성경에는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말고 네 발을 악에서 떠나게 하라(잠언 4:27)”고 하였다. 붉은색 안경으로 세상을 보면 온 세상이 붉게 보인다. 파란색 안경을 끼고 세상을 보면 세상이 온통 파랗게 보인다. 내편의 시각으로만 보면 내편만 보이고 상대편은 보이지 않는다. 내로남불의 사고는 진실이 아니다.
이제 좀더 겸손한 맘으로, 비고 빈 사심 없는 맘으로 돌아가 사실을 사실대로 보면서, “분노할 것에는 분노하고 냉정할 것에는 냉정하게” 행동하는 성숙한 지성인이 되어야 할 것이다.
조인형 장로
– 영세교회 원로
– 강원대 명예교수
– 4.18 민주의거기념사업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