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주를 여는 시의 향기] 영국의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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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가을은

신사의 바바리코트 모자위에

송알송알 맺히는 빗방울에서

더 진하게 돋보인다.

부슬부슬 내리는 가을비를 맞으며

저마다 받쳐쥔 우산을 들고

어디론가 빠르게 걸어가는

영국인들 속에 파묻히면서

그들의 역사를 읽는다.

지하철 깊이로도 으뜸인

피카디리 써커스, 옥스포드 써커스는

아무 말 없이 인간 두더지를 보는 듯

에스컬레이트에 몸을 싣고 줄을 잇는

또 하나의 영국 풍경을 실감시킨다.

전차 안에 앉은 사람들은

말은 없이 우산을 턱에 고이고

섹스피어를 읽어 내려가는 독서광들

역시나 속 깊은 영국의 무게를 보이며

가을이 주는 멋진 느낌을 받는다.

영국의 가을은

웨스트민스터 사원의 종소리로

신으로 묻어나는

묵직한 역사를 보이고

지난날의 그 사람들의 행진이

세계사에 남긴 발자국을 되돌아 보인다.

숱한 세월을 결코 서두르지 않으면서

바다를 건너는 꿈의 사람들이

여유만만히 민주주의를 심어논

그들의 발자취가 돋보이는 가을이어라.

그렇게 영국 사람들은

지금도 세계적인 기질로 역사를 엮는다.

영국의 가을은

침묵속에 감격하는

큰 웅변으로 들린다.

<시작(詩作) 노트>

  영국을 처음 여행한 것은 1976년 미국 유학시절 수학여행으로 방문했던 경험이다. 모든게 신기하고 눈여겨 본 장면은 영국의 가을(10월) 풍경이었다. 역시 그들은 바바리코트와 들고 있는 우산이었다. 날씨가 늘 불규칙하고 안개가 심한 영국인들은 무게감이 있었다. 그때만 해도 우리에게는 생소한 기차와 지하철 교통 이동에서 많은 것을 보았다. 우리보다 역사가 말하듯 모든 것이 공부요 주는 무게감이 있었다. 당시로는 세계에서 제일 깊은 곳으로 소문만 피카디리 써커스와 옥스포드 써커스 지하철 깊이로 에스컬레이트를 타고 내려오는 그들이 인간 두더지처럼 보였다. 그리고 전차에 앉자마자 책을 읽는 독서의 광경은 나에겐 영국의 가을 풍경을 보여주었다. 영국의 가을은 우리의 생각을 깊게 한다.

김순권 목사

<증경총회장•경천교회 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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