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일로 한미동맹 70주년이다. 70년 동안 확 달라진 한국의 위상 만큼이나 한·미관계도 양적으로 두터워지고 질적으로 진화했다. 하지만 그 길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한·미동맹은 언제나 변하지 않는 모습이지도 않았다. 반미가 반전의 통의어였던 적도 있고 여전히 그렇게 믿고있는 무리도 있다. 일반적인 동맹의 수혜자로 미국의 그늘에 머무르는 것도 동맹관계를 종속관계로 여기는 것도 모두 동맹을 바라보는 극단의 시각이다.
한미경제연구소(KEI)가 8월 미국내 응답자 1177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발표한 여론 조사결과는 한미동맹의 현 주소, 그리고 새로운 70년 관계를 어떻게 설정해야 하는지 보여준다. 동맹국의 중요도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41%가 한국이 미국의 중요한 동맹국이라고 답했다. 51%는 의견없음이라고 답했다. 동맹국이라는 응답은 멕시코(38%), 우크라이나(28%) 보다는 높았지만 영국(69%), 캐나다(67%) 보다는 확연히 낮았다.
이외에도 유럽연합(EU)이 57%, 일본(48%), 호주(44%), 이스라엘 (43%)이 한국보다 높았다. 한국이 미국의 중요한 동맹국임을 부정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미국 입장에서 한국보다 응답이 높은 여섯 곳 중 한국보다 중요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할 곳은 없을 것이다. 이것이 동맹의 현주소다.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이나 글로벌 정세에서 한미동맹은 제쳐둘 수는 없지만 다른 중요한 과제들 앞에 둘 만큼은 아니다.
이 조사는 동맹의 나아갈 방향도 보여준다. 한미간 협력해야 할 부문을 묻는 질문에 북한(North Korea)이라는 응답은 51%였다. 같은 질문에 동아시아 및 인도 태평양지역 안보는 55%, 공급망은 54% 응답자가 답했다.
북한을 앞세운 세력의 위협에 맞서 자유민주 진영을 사수하는 최전선으로서 ‘안보동맹’ 성격이 짙었던 한미동맹은 가치동맹을 기반으로 급변하는 국제정세에서 자유민주 진영의 질서를 주도하는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질적 전환을 꾀해야 한다는 취지다.
또 하나 주목할 조사가 있다.
일본과 한국을 동시에 미국의 중요한 파트너로 인식한 63%는 더많은 3국간 협력을 희망했다. 일본을 향해 손을 내민 윤석열 정부의 대일외교, 4월 워싱턴선언부터 일본 정상과 함께한 8월 한미일 캠프데이비드 회동까지 윤석열 정부의 일련의 대미외교 행보도 이같은 맥락에서 이루어졌다.
박훈 서울대 동양사학과 교수는 <위험한 일본책>에서 “우리 선조들은 일본을 무조건 배척하지 않았다”며 “일본과 자유 민주 법치 평화 인권 복지의 경쟁을 벌이자”고 주장했다.
한미동맹은 글로벌 가치동맹으로 진화할 때 새로운 70년을 그릴 수 있다. 이는 윤석열 정부가 ‘한미동맹 70주년 기념사업’을 준비한 이유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