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교단 배형규 목사·샘물교회 심성민 선교사의 순교
현재 세계선교를 주도하고 있는 것은 복음주의 혹은 보수주의 교회들임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가지고 있는 문화적 접근 방식의 어설픔으로 인해 실제 그 노력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무슬림 선교에 있어서 우리들이 직면하고 있는 가장 어려움은 오늘날 미국의 패권주의적 이미지와 기독교선교의 이미지가 동일시되고 있는 것이고, 세계선교를 주도하고 있는 복음주의 교회들의 문제는 이러한 이미지로 우리가 세상에 비춰지고 있다는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하고 복음전파에 대한 열정 때문에 매우 패권적이고 공격적인 방법과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2021년 8월 20년 만에 아프간을 장악한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탈레반이 한국과 경제협력과 교류를 희망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탈레반 주도의 아프간 새 정부가 한국은 물론, 전 세계로부터 아프간의 합법적 대표 정부로 인정받길 원한다고도 했다. 그러나 2000년대 후반 샘물교회 피랍 사건이나 고(故)윤장호 하사 폭탄 테러 사건 등 과거 한국과의 ‘악연’에 대해선 명확히 사과하지 않았다.
탈레반의 공보 역할을 하는 문화위원회 소속 간부인 압둘 카하르 발키는 인터뷰에서 “(아프간의 새로운) 포괄적 정부 구성을 위한 협의가 진행 중이나 관련 발표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가 아프간 미래 정부와 돈독한 관계 맺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탈레반은 한국과의 경제 교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발키는 “아프간은 리튬 등 광물자원이 풍부하고 남아시아와 중앙아시아를 연결하는 경제회랑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전자 제조업 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하는 한국과 아프간이 서로의 이익을 위해 협력해 나갈 수 있다”고 했다. 또 “우리는 외국인과 일한 모든 이들에게 사면령을 내렸다”며 “그들이 떠나지 않고 나라의 발전에 이바지하기를 원하지만, 떠나길 원한다면 그것은 그들의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관련 기관과 협력한 아프간에 대한 유화적 발언이었다.
하지만 민감한 사안에 대해선 답변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발키는 탈레반이 2007년 아프간 주둔 한국군 고(故) 윤장호 하사를 폭탄 테러로 숨지게 했고, 같은 해 분당 샘물교회 자원봉사자 23명을 납치한 뒤 이들 중 배형규 목사와 심성민 선교사를 살해한 사건에 대해 “자결권에 따라 우리 권리를 방어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사과 의사를 요구 한 것에도 “당시 외국군에 의해 점령된 상태였다”며 “이제 과거 속에서 살지 않고 미래를 바라봐야 하는 게 시급한 문제”라고만 답했다. 상황 논리를 들어 즉답을 피한 것이다.
지금도 탈레반의 상황은 극단주의 이슬람을 계승하면서 주민과 특히 여성에 대한 탄압을 계속하고 있다. 20년만에 극단주의 탈레반이 재집권한 아프가니스탄에는 악몽보다 더 심각한 인권유린과 반인권적 탄압이 이슬람의 신 알라의 이름으로 자행되고 있다.
이런 상황을 우리는 잘 알고 있기에 더욱더 하나님의 선교가 아프간에 임하기를 기도할 뿐이다.
소기천 박사
<전 장신대 교수, 한국교회정론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