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 직후에 누가 지었는지도 알 수 없는 이런 노래를 아이들이 불렀다. “미국을 믿지 마라, 소련에 속지 마라, 일본이 일어난다, 조선아 조심해라.” 그 가운데 “뙤놈(중국)이 되 나온다”가 들어간 버전도 있었다. 각 나라이름의 초성을 따라 그럴듯한 가사를 만든 것일 텐데 당시 국제정세의 장래를 짚어주는 呪文같은 감이 있었다. 조선은 조심할 틈도 없이 한국전쟁으로 초토화되었고 지난 70년 동안 한반도를 둘러싼 미·일·중·소 4강은 냉전-데탕트-신냉전의 악순환을 이어왔고, 그런 가운데 우리 대한민국은 –동요의 경고 따위는 잊어버리고—자체의 안전보장을 미국에 의탁한 채로 오늘에 이르렀다. 그런데, 작금에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미증유의 사태는 과연 우리가 무한정 미국만을 믿어도 되겠는가 하는 의문을 갖게 한다.
여전히 USA 미국은 세계 제1의 경제대국에다 가장 강력한 군사력을 유지하고 있으며 그 나라 250년 역사는 한번도 불의한 전쟁을 일으키거나 편든 기록이 없다. 한국전쟁 같은 침략행위에 대하여는 큰 희생을 무릅쓰고 피침국가를 도와 이를 막아냈고 베트남이나 아프가니스탄의 경우처럼 무력개입이 명분을 잃으면 철수를 주저하지 않았다. 미국 헌법은 신생국가들이 자유민주체제를 수립하는데 교과서가 되었고 미국의 역대 대통령들 중 누구도 헌법정신을 훼손하는 짓을 감행하지 않았으며 조지 워싱턴,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은 동서양에서 정치지도자의 귀감으로 추앙을 받았다. 메이플라워호로 상징되는 청교도정신은 국가 도덕성의 바탕이 되었고 19세기말 활발한 미국교회의 세계선교는 우리나라의 근대화 과정에도 크게 기여했다. 1882년 미국은 서구열강 중 최초로 조선과 수교했고 곧이어 수많은 선교사들이 앞다투어 이 나라를 찾아와 복음을 전하며 학교를 세우고 병원을 짓고 생활개선을 도왔다.
오랫동안 미국은 한국에 군대를 주둔시켜왔으나 일부 반미운동가들의 부정적 주장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국민은 이를 국가안보에 필요한 조치로 받아들였고 근년에 들어 북한이 대량살상무기 위협을 고조시키자 대한민국 사회는 미국의 유사시 개입, 지원을 더욱 당연시하게 되었다. 새천년 시대에 대한민국이 미국과의 경제협력 파트너로서 위상을 높이게 됨으로 말미암아 한국의 안보가 미국의 국가이익과 연계되는 부분이 날로 늘어가고 있어 안보협력이 일방적인 의존과 시혜의 관계에 그치는 것이 아님을 또한 양국 국민이 인정한다. 그런데 그렇게 튼튼한 우리의 미국에 대한 믿음이 최근 미국정치의 퇴행현상으로 인해 흔들리고 있음은 불행한 일이다. 이어지는 미국발 뉴스는 트럼프 전 미국대통령의 내년 선거 당선가능성을 전하고 있고 사상 초유의 매카시 하원의장 해임사태는 미국정치가 얼마든지 세계인의 상식을 벗어난 방향으로 튈 수 있음을 예고하고 있다.
이미 2021년 1월 6일 트럼프의 사주를 받은 폭도들의 의사당 난입 점거는 미국인의 민주적 의식수준에 대한 세계적 평가를 깨뜨려버렸다. 내년 11월 미국 대통령선거에 이르는 동안 어떤 일이 일어나고 그 선거에서 어떤 놀라운 결과를 보게 되더라도 놀라지 말라는 경고가 발해지고 있다. 미국에서 벌어지는 이런 사태의 달갑지 않은 부작용 가운데 하나는 “미국이 저 모양인데 우리나라 정치가 그보다 낫겠는가!”하는 자학적 생각이다. 그래도 우리는 소망한다— 미국 시민들이 끝내 기독교정신으로 양식과 양심을 회복하여 정치를 바로잡고 모범국가의 영예를 지킬 것을.
김명식 장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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