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겸손한 자세로 그러나 정말 진정한 마음으로 감사드리는 사람을 표현한 그림으로 로다 나이버그(Rhoda Nyberg)의 유화인 은혜(The Grace)를 꼽을 수 있다. 비록 화려한 그림도 아니고 그림 속의 노인이 전문적인 모델도 아니지만 선한 사람의 진심을 읽을 수 있는 그림이다. 특별히 그림에 대한 깊은 소양이 없더라도 편안하고 감동을 느낄 수 있으며, 가만히 그림을 응시하면 선한 사람의 진심을 읽을 수 그림이라 할 수 있다.
미국 미네소타주 보베이(Bovey) 탄광촌에서 에릭 나이버그(Eric Nyberg)의 사진관에 어느 날 백발이 성성하고 세상사에 몹시 지쳐 보이는 야위고 남루한 차림의 장사꾼이 들어왔다. 몹시 피곤해 보이는 이 노인은 차 한 잔만 마실 수 있느냐고 물었다. 마침 약간의 스프와 빵이 있던 그는 이를 그에게 대접했다. 몹시 시장했던 그는 “잘 먹겠다”는 인사말과 함께 테이블에 앉아 비록 보잘 것 없는 음식이지만 먼저 두 손을 모으고 간절하게 기도를 드렸다. 이 광경을 본 이 사진사는 ‘비록 보잘 것 없는 음식이지만 먹기 전에 정말로 진정으로 감사의 기도를 드리는 모습’에 얼른 카메라로 이 장면을 찍었다. 그러면서 이 초라하고 불쌍해 보였던 이 사람이 비록 우리가 생각하는 세상적인 것 특히 물질적인 풍요로움은 갖지 못했지만 보통 사람이 누리지 못하는 범접할 수 없는 기품이 있는 거인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나이버그는 이 사진을 미네소타 사진전에 출품했고, 마침내 ‘1918년도 미네소타 사진’으로 선정되는 영광을 얻었다. 삶에 지친 노인이 빵 한 조각과 스프를 앞에 두고 감사의 기도를 드리는 이 모습은 마침 세계제1차대전을 마감하면서 지쳐있던 많은 사람들에게 커다란 격려가 되었다. 그리고 이 사진은 화가인 그의 딸의 손을 거쳐 어려움과 고난속에서도 감사를 찾으려는 많은 사람들에게 큰 동기를 부여했으며, 지금도 절망에서 희망을 그리고 감사할 제목이 없는 사람에게 조용히 그리고 감사할 명분을 주는 계기를 마련해주고 있다.
세상에는 남보다 많이 갖고 있어 모든 사람이 부러워할 정도로 성공했으면서도 감사하지 못하는 사람이 너무도 많은 것을 우리는 목격한다. 사실 그들은 자신이 처한 현실에 불만을 갖는 것은 아니고 더 높은 성공을 위하여 노력할 뿐이라는 자기 합리화를 하면서, 지금까지의 성공과 넉넉함은 자신이 노력해서 이룩한 당연한 보상이라 여겨 감사하기보다는 너무도 당연시하는 경향이 있을 수 있다. 만족하기 보다는 계속해서 앞으로 전진하는 경향이 있으니, 어찌보면 이는 정녕 한 치 앞을 볼 줄 모르는 소인배가 할 일이다. 마치 ‘하나님은 이르시되 어리석은 자여 오늘 밤에 네 영혼을 도로 찾으리니 그러면 네 준비한 것이 누구의 것이 되겠느냐(눅 12:20)’란 말씀은 이런 사람이 언제나 생각하며 항상 염두에 둘 교훈이다.
감사는 행복의 시작이다. 이는 행복해서 감사할 것이 아니라 범사에 감사하면 우리 자신이 행복해짐을 말한다. 마치 행복해서 웃는 것이 아니라 웃기 때문에 행복해진다는 이치와 닮았다. 그리고 감사도 그리 거창한 것이 아니다. 아침에 잠에서 깨면 자동적으로 눈을 뜨고 사물을 분별해서 볼 수 있고, 숨을 쉬면서 일어나 걸을 수 있음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다만 항상 기뻐하고, 쉬지 말고 기도하며 범사에 감사해야 한다는 계명은 우리가 언제나 간직할 영원한 말씀일 뿐이다.
백형설 장로
<연동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