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청빈과 경건의 사람 <4> 영암교회의 목회 ⑤
영암교회, 한국교회 연합운동 선봉돼
교인들 담임목사 도와 보람‧긍지 느껴
전국적 초교파 대규모 집회 열려
황 목사 총무, 한국교회 집회 관장
목사부인은 경제 문제에 있어서도 무능해서는 안 된다. 어떤 부흥 목사님은 “누에는 뽕을 먹고, 목사는 연보돈을 먹는다”고 했지만, 목사부인은 생활이나 모든 면에서 무능하고 무력해서는 안 된다. 음식이나 바느질이나 심지어 집 단장에서 너무 빠질 때는 무시받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경제에 눈이 밝아서 그것만 따른다면 안 되지만, 목사부인일수록 생활 능력, 경제 능력, 심지어 교육 능력까지 있어야 좋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녀들이 보기에도 우리 어머니는 결코 무능한 사람이 아니었다는 것과 일조 유사시에 경제 때문에 교회의 장래를 가로막는 일이 없도록 늘 각오를 가지고 준비하는 태세만은 필요하다.
유럽의 어떤 목사 가정에서 정원에다 꽃을 가꾸어 교우들 가정에 나누어 주었다고 한다. 목사의 가정은 영적인 것도 나누어 주지만 생활의 아이디어도 나누어 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목사부인은 지금까지 말썽이 없기 위해 교회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는 것이 미덕으로 되어 왔지만 이것은 잘못된 생각이고, 어느 정도 참여하는 것이 좋겠는가 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목사부인이 교회 정치에 나설 필요는 절대로 없지만, 목사가 원하는 만큼 필요에 따라 프로그램의 자료를 제공하며 협력하는 일은 중요하다.
목사부인에게 부족한 점이 있을지도 모르고 나이도 어릴지 모르나, 그러나 그 위치는 어디까지나 교회의 어머니로서 용서도 먼저 하고 사랑도 먼저하는 목회자의 아내이기만 한다면, 목사부인으로서 비록 괴로움도 있겠지만 또한 보람도 큰 것이 아니겠는가.
목사부인이기 때문에 일할 수 없다는 것보다 목사부인이기 때문에 더 일을 효과있게 할 수 있어야 한다.
황 목사의 영암교회 시무 초기인 1963년 3월 12일에 그의 아버지 황도성 장로는 소천(召天)되셨다.
그리고 그 해 크리스마스에 황 목사는 당시 크리스챤신문 기자였던 김원식(후의 편집국장) 씨에게 인간미 물씬 넘치는 추억을 남겨 주었다.
평기자 시절이었지요. 신문사는 경영난으로 봉급 때마다 쩔쩔매던 때였구요. 내일이 크리스마스인데 봉급은 끝내 안 나오더군요. 허탈감에 빠져 신문사 계단을 내려올 때는 눈물이 나더군요. 종로 2가 기독교서회 골목길을 들어서는데, 어깨를 툭 치는 사람이 있었어요. 돌아다보니 황 목사였습니다. 다방에 들어갔지요.
“봉급 못 탔지? 내가 탄 봉급이 있어. 둘이 나누자!”
그는 봉투에 든 돈을 꺼내어 어림으로 반을 딱 나누더니 한 뭉치를 내게 주더군요. 눈물이 나는 걸 참고 받아 넣었지요.
그 무렵 이대용(현 성공회 사제) 씨도 그것 비슷한 일을 경험한 바 있다. 대우도 신통치 않고 해서 사표를 낼까 생각하고 있을 때 황 목사가 전화를 걸어 당부하더란다.
“이 기자, 당신만은 끝까지 남아 일해야 해!”
지금도 그 말이 귀에 생생하다고 이 사제는 말하고 있다.
영암교회의 에큐메니칼(교회 연합) 운동
황 목사의 재임 시기 영암교회는 시대의 염원인 교회의 일치와 연합운동에 앞장서고 있었다.
첫째, 지역교회와의 연합운동이다. 한 번은 한국기독교연합회의 초청으로 일본에서 온 전영복 목사를 초청하고 영암교회와 부근 교회가 연합하여 부흥회를 개최하게 된 일이 있었다. 1963년 11월 20일부터 24일까지 개최된 이 부흥사경회의 진행에서 영암교회가 주축이 되고 있었다. 새벽과 낮 공부는 영암교회에서, 저녁집회는 대광고등학교 대강당에서 진행한 것이다.
다른 하나는 영암교회가 주동이 되어 성북, 동대문 지구에 산재하고 있는 장로교, 감리교, 성결교, 구세군 등 여러 교파가 연합하여 하나의 조직체를 구성한 일이다. 1964년 3월의 일이다. 이와 아울러 연합성가대가 조직되어 부활절 연합예배와 부활절 음악예배를 대광학교에서 드리게 된 것이다.
이 밖에도 경기노회 주일학교연합회에 어린이주일헌금을 보조한 일, 성북지역 간담회를 영암교회에서 개최한 일, 본 교단 서울노회 주최의 교역 자회를 영암교회에서 회집한 일, 진광교회 교우와 연합하여 추계부흥회를 개최한 일, 그 중 특히 밤 집회를 동대문일대연합으로 대광고교 강당에서 10월 17일부터 일주일간 개최한 일 등이 지역교회와 연합교회에서 펼친 교회의 활약상이다.
한편 청년 학생들은 교파를 초월해서 이웃에 있는 일곱개 교회와 연합 하여 칠암(七岩) 배구대회 등을 자주 가졌다.
둘째, 영암교회는 한국교회 연합운동에서도 선봉이 되고 있었다. 황 목사의 초교파적인 활동의 정점은 1964년 7월에 있었던 ‘전국교육자대회’에서였다고 말할 수 있다. 31년 만에 열리게 된 이 대회는 말 그대로 전국적인 대회였다. 김활란 박사를 총무로 하고, 황광은 목사를 부총무로 한 이 대회는 강사진만도 1천673명이었고, 동원된 인원수도 200만 명이 넘었다. 개회예배 때에는 박정희 대통령도 참석했다. 이 대회는 장로교와 감리교의 합동운동의 성공 사례로서 황 목사는 이 대회를 주관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운동에 영암교회는 총동원되었다. 교인들은 담임목사를 도우면서 보람과 긍지를 함께 느끼고 있었다.
셋째, 1965년 6월의 전국 복음화운동이다. 중국인 조세광(趙世光) 박사를 강사로 하는 이 대회는 전국적인 초교파의 대규모 집회였다. ‘삼천만을 그리스도에게로’의 표어 아래 교회에는 일치를, 사회에는 변혁을, 민족에게는 소망을’의 주제로 서울을 비롯한 전국 7개 도시에서 일제히 집회가 열렸다.
신앙입국(信仰立國), 한국교회의 그 장렬한 행진에서 황 목사는 총무로서 이 집회를 관장하고 있었던 것이다. 전국복음화운동으로 한국교회는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각성을 일으키게 되었고 사회가 보다 건전하고 정직한 사회가 되도록 변혁되어야 하며, 소망을 잃지 않는 민족이 되어야 한다는 민족적 경각심을 가지게 했다. (영암교회 50년사 참조)
김희보 목사
· ‘人間 황광은’ 저자
· 전 장신대 학장
· 전 한국기독공보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