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3월 13일 (화) 날씨 맑음.
“오늘 엄마에 대하여 ‘칭찬 일기’를 쓸 거다. 칭찬할 내용은 엄마는 친절하시고 착하시고 아름다우시다. 그리고 똑똑하시며 웃기시고 부지런 하시다. 가족을 사랑하시고 요리를 잘 하시는 것 등등을 칭찬한다. 나는 엄마의 깔끔함과 똑똑함과 아름다움 등을 닮고 싶다. 엄마, 사랑하고 감사해요.”
나는 10여 년 간 《한자동호회 카페》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원래 글쓰기를 좋아해서 글도 쓰고 좋은 글을 카페에 퍼 나르기도 하는데 최근 카페 매니저가 개인사정으로 카페에 들어오지 못하는 상황이어서 「부매니저」로 임명받은 내가 요즈음에는 “북 치고 장구 치고” 여러 가지 일을 하고 있지요.
우리 카페에는 경기도 광주에서 목회하는 목사의 사모로서 남편의 목회를 돕는 한 편, 「사이버대학」에서 상담심리학을 전공하여 수석으로 졸업한 5남매의 엄마인 徐OO(1977~ )씨가 있습니다. 카페에 가입하면서 《자기소개》난에 자신의 닉네임(아호)을 ‘꿈꾸며 춤추는 달팽이’로 소개하면서 약칭 「달팽이」로 불러달라고 했네요. 후에 알고 보니 「달팽이」님은 글도 잘 쓰고 세련된 시어(詩語)를 구사하는 ‘시인’ 버금가는 재원(才媛)이었습니다.
카페 「가입인사」에서 자신의 ‘닉네임’을 이렇게 소개하였습니다. “저는 ‘달팽이’를 좋아합니다. 더디지만 꾸준하게 제 갈 길을 가는 달팽이의 행보를 사랑합니다. 화려하지도, 그리 강하지도 않지만, 촉수를 길게 빼고 묵묵히 제 길을 가는 모습이 너무 눈물겹습니다. 저도 제 안에 품은 꿈을 향해, 춤추면서 가려합니다. 오늘을 걷는 작은 움직임이 곧, 저의 ‘춤사위’가 될 것이기 때문이에요. 아직은 낯설지만, ‘달팽이’처럼 조심해서 다가가겠습니다.”
우리 카페의 초창기 멤버들은 잘 아는 사실입니다마는 「달팽이」님은 원래 3남매의 엄마인데 친정언니가 5, 6년 전, 교통사고로 별세하여 언니의 자녀 3남매 중, 1남 1녀를 데려와 5남매의 엄마가 되었지요. 남자 조카가 금년 고등학교를 졸업한다고 합니다. 목회자의 아내로, 상담학을 전공하는 학생으로, 5남매의 엄마로, 신앙상담자로 1인 4역을 감당하느라 힘이 들고 눈물겨울 터인데 늘 믿음으로 순종하는 모습이 참으로 믿는 이의 귀감이 됩니다.
오늘(1/2) 새벽시간에 카페 동호회원들에게 새해 ‘인사문자’를 보내다가 「달팽이」님에게도 문자를 보내면서 우연찮게 「달팽이」님의 카톡의 문패사진을 클릭해보니 초등학교 3, 4학년 정도로 보이는 아이가 쓴 엄마를 칭찬하는 「칭찬 일기」가 들어 있었습니다. 아이의 마음이 예쁘고 기특해서 이곳에 옮겨다가 오늘의 「신앙산책」의 제목으로 삼아보았습니다. 「달팽이」님의 근황이 궁금하여 날이 밝기를 기다렸다가 그에게 전화를 걸어서 문안도 전하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주고받았습니다.
위에서 엄마에 대한 「칭찬 일기」를 쓴 아이는 당시는 초등학교 3학년이던 딸인데 금년에 중3이 된다고 합니다. 평소에 나를 ‘남종할아버지’로 부르는 아이들을 위해 ‘짜장면 파티’라도 열어주라고 폰뱅킹으로 작은 정성을 보냈더니 이튿날 남종 할아버지가 보낸 촌지(寸志) 덕분에 온 가족 7식구가 함께 저녁식사를 맛있게 했다는 소식을 전해 왔네요.
2015년 3월 중순경, 남한산성 인근에 사는 회원 한분이 남한산성 중턱에 근사한 음식점이 있는데 그곳에서 점심을 대접하고 싶다는 뜻을 전해왔습니다. 경기도 광주가 나의 고향이기도 하지만 남한산성 부근에서 목사인 남편을 도와 수고하는 「달팽이」님을 염두에 둔 제안이라는 사실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초청자, 달팽이님 그리고 우리 부부가 참석하기로 했었는데 뜻밖에 제주도에 사는 회원 한분이 마침 서울에 용무가 있어 상경했다가 동참하여 다섯 회원이 모여 오붓한 시간을 가졌었지요. 현재 「달팽이」님은 몇 해 전, 남편이 개척교회를 섬기고 있는 전남 순천으로 옮겨서 살고 있지요. 「달팽이」님을 보면 항상 기뻐하며 기도하며 감사하며 사는 모습이 마치 막내딸 같은 느낌이 들어 가슴이 찡해 옵니다.
「달팽이」님의 카톡 문패사진첩에는 이런 성경구절이 담겨져 있었습니다. “나 여호와가 말하노라. 너희를 향한 나의 생각을 내가 아나니, 재앙이 아니라 평안이요, 너희 장래에 소망을 주려는 생각이니라(예레미야 29:11).”
문정일 장로
<대전성지교회•목원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