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벽두부터 온통 인공지능(AI)이 화제에 오르고 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매년 초에 열리는 소비자가전 전시회(CES)의 올해 주인공은 인공지능이라고 한다. 인공지능을 탑재한 TV 등 가전제품과 자동차와 각종 로봇이 전시관을 가득 채우고 있고, 마이크로소프트는 AI 기반의 챗GPT를 출시해서 시가총액 1위 기업으로 다시 올라서게 되었다고 한다.
노련한 의사보다 더 정확하고 빠르게 진단을 내리는 의료 AI, 방대한 판례를 순식간에 검색해서 변호사가 수 주일 걸릴 작업을 단 몇 초 만에 끝내는 법률 AI뿐만 아니라, 실시간 대화를 통역해 주는 스마트폰 등이 우리 생활에 가져올 혁명적인 변화가 이미 시작되었다. AI를 비롯하여 정보통신기술과 생명공학기술이 미래를 어떻게 바꿀지 상상하기도 어려울 만큼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지난 역사를 돌이켜보면 20세기는 1914년 1차 세계대전을 시작으로 1940년대 2차 세계대전과 핵무기로 무장한 미국과 소련 간의 냉전, 그리고 1991년 9.11테러로 촉발된 중동전쟁으로 점철된 전쟁의 세기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21세기가 시작된 지 벌써 4반세기가 지난 지금 생각해 보면 인공지능을 필두로 하는 과학기술혁명이 21세기를 특징 지우는 현상이 아닐까 한다.
우크라이나와 팔레스타인 전쟁이 아직도 계속되고 있지만, 21세기에는 과거와 같은 세계대전으로 확대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앞으로 우리 인류를 위협하는 것은 전면적인 전쟁보다는 기후변화, 생태계 파괴, AI와 같이 모두 첨단 과학기술의 새로운 발전과 관련된 위험성이라고 많은 전문가가 진단한다.
인공지능을 이용한 제품들이 생산성을 높이고 우리 생활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것임은 틀림없다. 그러나 그런 획기적인 기술이 악용될 때 인류의 생존 자체를 파괴할 위험이 도사리고 있음도 많은 과학자가 우려하고 있다.
그런데 필자가 더 크게 걱정하는 위험이 있다. AI의 발전은 인간의 정체성과 삶의 의미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질 것이다. 빠르게 발전하는 인공지능은 장래 어느 시점에 인간의 지능을 능가하게 되고, 모든 지적인 일을 인간보다 인공지능이 더 잘 수행하게 되면 그때부터 인간은 쓸모없는 존재 혹은 열등한 존재가 되는 것 아닐까? 그리고 많은 과학자가 주장하듯이 생명과 인간이 단지 정교한 컴퓨터에 불과할 뿐 아니라 초지능을 가진 인공지능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2등 국민으로 전락해 버릴 수도 있다. 게다가 생명공학이 발전하여 줄기세포로부터 인간의 모든 장기를 대체하는 기술이 출현한다면 인간은 생물학적인 죽음을 극복할 수 있게 되고, 뇌과학과 심리학은 인간의 행복도 약물로 마음대로 만들어내는 날이 올 수도 있을 것이다.
20세기까지 과학이 자연과 우주를 더 잘 설명함으로써 종교를 대체하려고 하였지만, 기독교는 자연 세계를 설명하는 일은 과학에 물려주고, 대신 삶의 의미를 회복시킴으로써 과학의 도전을 이기고 살아남았다. 그런데 이번 21세기의 새로운 과학의 도전은 다르다. 뇌과학과 심리학에 의하면 인간의 행복이 두뇌의 화학적 반응의 결과로 설명할 수 있고, 삶의 의미도 뇌과학에 따라 설명할 수 있고, 도덕조차도 진화론적으로 생물적인 생존을 위한 하나의 기능에 불과하므로 종교는 불필요하다는 위험한 결론에 이르게 된다.
인간의 존엄성과 삶의 의미, 윤리와 도덕을 위협하는 이러한 과학기술의 발전으로부터 인류를 지켜내는 일은 21세기 우리 기독교가 당면한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한다.
김완진 장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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