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첫 주일이면 목회자들이 온 성도들에게 점심 식사를 대접합니다. 매년 신년주일을 맞아 교우들과 함께 기쁨과 감사의 마음을 나누는 잔치이기도 합니다. 어떤 때는 떡으로 대접해 드리기도 하였습니다.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음식과 떡을 나누며 이웃과 정을 나누었습니다. 절기나 명절마다 떡을 만들어 먹고, 집안의 대소사가 있을 때도 떡과 음식을 만들었습니다. 우리나라는 어려운 시절 궁핍한 환경 속에서도 절기나 대소사가 있을 때면 주위의 이웃들과 함께 기쁨과 슬픔, 감사와 특별함을 함께 나누었습니다. 이러한 모습에는 타인을 위한 배려와 이웃과 나누어 먹을 줄 아는 섬김의 정신이 깊이 스며 있습니다. 그러나 요즘은 함께 나누어 먹는 전통은 찾아보기 어려운 시대가 되었습니다. 나눔을 하더라도 약자를 위한 것이라기보다 자신에게 이득이나 도움이 될 만한 사람들에게 나누는 계산적인 나눔의 시대가 되었습니다.
이스라엘의 5대 제사 중에 화목제는 제물을 제사장과 제사를 지내는 사람과 백성들이 함께 먹을 수 있는 유일한 제사입니다. 화목제는 히브리어 ‘슐라밈’으로 ‘평화, 화목’을 뜻하는 ‘샬롬’에서 파생되었습니다. 하나님과의 관계 속에서 이웃과 화목을 이루는 것이 바로 화목제물입니다. “감사함으로 드리는 화목제물의 고기는 드리는 그 날에 먹을 것이요 조금이라도 이튿날 아침까지 두지 말 것이니라”(레 7:15)는 말씀은 함께 나눠 먹는 공동식사를 통해 화목을 이루어 가야함을 말씀하고 있습니다. 고대 이스라엘에서 백성이 고기를 먹는다는 것은 대단히 드문 일이었습니다. 화목제를 드리는 날은 바로 백성이 함께 고기를 먹는 날이었습니다. 이날은 즐거운 축제날이었고 모처럼 배부르게 먹을 수 있는 날이었습니다. 모두가 한자리에 모여 함께 음식을 나누다 보면 서로 간의 긴장도 완화되고, 대화를 통해 오해도 풀리게 될 것입니다. 이것이 공동식사가 갖는 놀라운 힘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보통 이사를 가면 팥죽이 악귀를 쫓는다는 의미로 이웃들과 팥죽을 나누어 먹곤 했습니다. 이것은 먹을 것이 없던 시절, 이웃과 풍성하게 나누어 먹기 위해 만들어진 전통입니다. 이뿐만 아니라 결혼식이나 장례식에 가면 사람들은 식사를 꼭 합니다.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전 세계의 사람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자리는 서로 불편한 관계일지라도 참석하여 식사를 함께 합니다. 그들이 서로 식사를 하면서 무슨 말들을 나눌까요? 서로 슬픔을 나누고, 서로 기쁨을 나누면서 공동식사의 자리를 통하여 화해와 평화가 일어나는 것입니다. 서로 간에 막혔던 담이 무너지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는 화목제물을 통해 하나님을 예배하고 이웃을 섬기는 디아코니아를 이루게 하였습니다. 이웃과 화목하게 살라고 하셨습니다. 우리 모두가 화목제물이 되어 섬김과 화목의 역사를 이루어가기 바랍니다.
김한호 목사
<춘천동부교회 위임목사•서울장신대 디아코니아 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