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희 선교사] 잘 낫게 해주시는 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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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팔 때문에 걱정을 했는데 꺼내고 나니 팔의 피부색이 발그레하게 돌아오는 것이 아닌가! 다행히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고, 건강한 사내아이가 태어났다. 염증도 안 생기고 둘 다 건강하게 잘 나았다. 

정말 기적과 같은 일이었다. 지역신문에라도 날 일이었지만 한밤중에 일어난 일이라 관계된 몇 사람만 알고 지나갔다.

한번은 지역 유지의 열세 살 된 아들이 배가 아프다고 병원에 왔다. 진찰을 해보니 급성 맹장염이었다. 아이 아버지에게 말했다. “급성 맹장염인데, 원하면 내가 수술을 해주겠습니다.”

내 말을 들은 아이 아버지는 화들짝 놀랐다. 제왕절개 수술처럼 산모나 아이가 죽고 사는 문제가 생기는 수술도 아닌데 그들은 맹장 수술을 제왕절개 수술보다 더 큰 수술로 알고 있었다.

곪아서 팅팅 부은 맹장을 아주 깨끗하게 제거했다. 보조하던 간호사들도 처음 보는 일이라 금방 소문이 났다. 아이 아버지가 유지인 데다가, 카트만두도 가지 않고, 돈도 몇 푼 안 들이고 수술했으니 오죽 좋았던 모양이다. 그 소문이 퍼져서 국회의원을 지냈던 그 지역 최고 유지가 와서 역시 놀란 눈으로 “여기서 맹장 수술도 합니까?” 하고 묻기도 했다.

한번은 포카라에서 서북쪽 히말라야에 가까운 골짜기에 있는 마을 ‘좀솜’의 민가도 없는 호젓한 길을 지나고 있을 때였다. 말을 탄 두 사람이 길을 가는 중이었다. 내가 인사를 나누자 그들이 말에서 내렸다. 그중 한 사람이 국회의원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는데, 팔에 골절 부분이 밖으로 튀어나와 있는 것이 보였다. 말에서 떨어져서 골절상을 입었다고 했다.

동행한 마취간호사가 국소 마취를 했고, 내가 상처를 치료해주었다. 비교적 단순한 상처라 그냥 놔두어 고생시키는 것보다 복원시켜 놓는 편이 낫겠다고 판단했다. 항생제를 주고 헤어졌는데, 후에 잘 나아서 고맙다는 인사를 전해 들었다.

안나푸르나 주변을 도는 트레킹 (trekking) 코스 도중에 ‘말파’라는 마을은 사과 맛이 좋은 것으로 유명하다. 그 마을에 사는 할아버지 한 분이 병이 나서 카트만두까지 가서 수술을 받았다. 그런데 회복이 안 되고 더 나빠지기만 했다. 몸이 회복되지 않은 할아버지는 고향인 말파로 바로 돌아가지 못하고 사촌 형제들이 살고 있는 포카라에 머물게 되었다.

할아버지의 아들이 아버지를 수술했던 의사를 다시 찾아가 물으니 “별 문제 없으니 돌아가서 잘 요양하고 운동 많이 하고 음식을 잘 드시게 하라”며 그냥 돌려보냈다고 한다. 하지만 아들은 자기 아버지를 살릴 의사를 사방팔방으로 수소문했던 모양이다. 그 아들이 나와 같이 일하는 선교사의 소개장을 들고 나를 찾아왔다.

“포카라의 삼촌 댁에 아버지가 머물고 있으니 와서 진찰을 해봐 주십시오. 꼭 부탁합니다.”

그를 따라나섰다. 왕진을 가면 방사선 촬영을 할 수도 없고, 혈액 검사를 할 수도 없다. 그저 환자를 문진하고 진찰할 뿐이다. 진찰한 대로 처방하여 할아버지에게 약을 주고 돌아왔다.

며칠 후, 그가 걷기 시작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나는 아들에게 아버지를 병원에 모시고 오라고 했다. 방사선 촬영도 하고 간단한 검사도 했다. 결과를 보니 결핵이었다. 그래서 약을 주고 치료를 받게 했고, 할아버지는 다시 농사를 지어도 될 만큼 완전히 기력이 회복되어 고향인 말파로 돌아갔다.

1년쯤 지나 나는 잠시 휴가를 얻어 비행기를 타고 좀솜에 갔다. 거기서 다시 남쪽으로 6km 정도 걸어가서 도착한 첫 번째 동네가 바로 말파였다. 나는 물어물어 그 할아버지를 찾아갔다. 동네에 들어가자 할아버지가 뛰어나와 기뻐하면서 나를 반겼다. 나를 맞이하는 할아버지 집은 마치 잔칫집 같았다. 동네에는 내 소문이 이미 쫙 퍼져 있었다. 이동진료를 겸해 갔던 여행이었기에 동네 사람들을 치료해주었다. 돌아오려고 하자 이 집 저 집에서 감사의 선물이라며 사과를 잔뜩 담아주었다. 혼자서는 도무지 가져올 수 없을 정도로 많아서 할 수 없이 젊은 포터(porter)를 고용해야 했고, 그 많은 사과를 며칠 동안 지고 내려오느라 애를 먹었다.

이 지역에서 나는 사과는 맛이 좋기로 유명하지만 지리적 이유로 운반하기가 어려워 포카라나 카트만두 같은 평지에서는 구경하기도 힘들다. 나는 감사의 마음이 가득 담긴 말파의 사과 맛에 완전히 매료되었다. 그토록 달고 향긋한 맛을 다른 곳에서는 느껴보지 못했다. 마을 사람들의 인심도 좋아 언젠가는 다시 한번 방문하고 싶다. 의사는 배워서 아는 의학 지식과 경험 한도에서 환자를 돌볼 뿐이지만, 진정한 치료는 하나님이 하시는 것이다. 나는 기도하며 열심히 왕진을 가고 이동진료를 다녔다. 치료는 하나님이 하실 것이라 믿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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