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식 장로는 우리 교회 최초의 여성 장로이다. 구역 목장을 80여 개나 만든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나이가 차 은퇴를 기다리는 시간, 만 가지 생각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왠지 허전하고 아쉽고 붙들고 살던 끈을 놓는 것만 같았다. 그러나 은퇴예식을 통하여 받은 감동, 성령의 위로, 감사, 보람, 달려왔던 사명이 더욱 또렷해지는 은혜를 받고 울고 또 울었다.
경상도 말에 “욕봤습니다”하는 인사말이 있다. 이 지역 분들은 “참 수고 하셨습니다”라는 뜻으로 말을 하지만 그 원 뜻은 그리 좋은 말이 아니다. 지인의 항존직 은퇴 예식에 참석해 본 적이 있다. 임직 예식 마지막 순서에서 소개하고 축복 기도 해드리는 게 순서의 전부였다. 소위 끼워팔기식 순서였다. “욕봤습니다”하고 보내드리는 것만 같았다. 그때 나는 결심했다. ‘나와 함께 교회를 섬기다 은퇴하는 분들의 예식을 결코 끼워팔기 예식으로 갖지는 않으리라! 최고로 영광스러운 시간, 인생의 절정, 생의 보람과 감사가 넘치도록 해보리라’ 다짐을 했다.
그리고 부족한 사람이 총회장 시절 ‘예식 개정위원회’가 모든 예식을 성경적으로 다듬어 재발간하고 있었다. 그때 나는 개정위원장 박노택 목사에게 꼭 한 가지 부탁을 했다. 어떤 예식도 끼워팔기 예식은 없으니 모든 예식을 따로 하는 모범을 만들어 달라고 했다.
특별히 그동안 세례 예식에 끼워 넣던 입교 예식이나, 임직 예식에 끼워 넣던 항존직 은퇴예식은 그래도 좋을 만큼 가벼운 예식이 아니다. 반드시 날짜 시간을 따로 준비하여 그분들만을 위한 신학적 의미를 살리고 최고의 감사와 감격을 만들어내야 한다.
지난해 12월 3일 주일 3부 예배는 우리 교회 항존직 은퇴 감사예식으로 드려졌다. 장로 5인, 안수집사 7인, 권사 25인 도합 37명의 은퇴 감사예식이었다. 그중 이재환 장로는 우리 교회 최초 원로장로로 은퇴를 하게되었다. 외국에 나가 살던 자녀들 가족이 모두 들어와 그동안 교회를 섬기던 아버지의 자랑스런 모습을 영상으로 담아 깜짝 쇼로 만들어드렸다. 나는 시편 92편 말씀을 봉독하고 “여전히 결실하며 빛이 청청하리”라는 제목으로 설교를 했다.
그동안 그분들이 교회를 섬겼던 아름다운 모습을 격려하고 은퇴 이후 더 빛나는 신앙인, 사역자로 살아가는 비전을 나누었다. 은퇴라는 영어의 단어 ‘retire’는 타이어를 바꿔 달고 달린다는 뜻이다. 직임엔 은퇴가 있지만 사명엔 은퇴가 있을 수 없다. 그리고 축복기도 시간에는 내 눈이 뜨거워져 고장난 수도꼭지처럼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우리는 모두 감사해서 울었고, 기뻐서 울었고, 내일에 대한 기대로 울었다. 사실 그분들의 수고, 땀, 눈물, 헌신이 있었기에 한소망교회가 있고 나의 목회가 있었던 것이다. 모두 오늘까지 살아남아 건강하게 은퇴할 수 있어서 감사했다.
마지막 순서는 37명 모두가 강단 위로 올라와 서고 모든 교인들이 두 손을 뻗어 “이 산지를 내게 주소서”라는 찬송으로 하나님을 찬양하고 목사가 강복을 선언했다. 아! 얼마나 아름답고 은혜로운 시간이었던가!
류영모 목사
<한소망교회•제 106회 총회장•제 5회 한교총 대표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