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시작된 코로나19로 인해 가장 많은 어려움과 피해를 본 세대는 노년 세대입니다. 팬데믹 초기 코로나에 감염되면 2주간 격리가 되고 혹시라도 병세가 악화되어 돌아가시게 되면 얼굴조차 보지 못한 채 장례가 진행되어 마지막 인사도 나누지 못하는 상황들이 벌어졌습니다. 팬데믹과 같은 긴급한 상황에 처하자 연로하신 어른들에 대한 효가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게 되고, 부모님에 대한 효와 예를 다할 수 없는 일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우리는 효를 매우 중시하는 유교권에 태어나서 예수 그리스도를 믿게 되었습니다. 가톨릭과는 달리 조상에게 제사를 드리지 않고 조상의 위패를 불태웠다고 해서 무군무부(無君無父)의 패역무도한 무리들이라고 박해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아직도 예수 믿으면 불효자가 된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것은 성서도 기독교도 알지 못하는데서 나온 오해가 아닐 수 없습니다.
성서는 인간을 향한 계명 가운데 첫 계명을 ‘네 부모를 공경하라’고 말씀하고 있습니다.(레19:3) ‘존경하다, 경외하다’라는 뜻을 가진 히브리어 ‘카베드’는 이사야 29장 13절에서 하나님을 존경의 대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 단어는 하나님과 부모에게만 사용됩니다. 부모를 공경하는 것은 자녀의 마땅한 도리이며 하나님의 명령입니다. “너는 센 머리 앞에서 일어서고 노인의 얼굴을 공경하며 네 하나님을 경외하라(레 19:32)” ‘센 머리’는 노인을 상징하며 삶의 경륜과 지혜를 의미합니다. 센 머리 앞에서 일어서서 노인의 얼굴을 공경하는 일은 부모를 당연히 공경해야 한다는 기본 전제가 들어있는 말씀입니다. “백발은 영화의 면류관이라 의로운 길에서 얻으리라”(잠 16:31), “젊은 자의 영화는 그 힘이요 늙은 자의 아름다운 것은 백발이니라”(잠 20:29) 나이 들면 센머리가 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법입니다. 그 머리 앞에 경의를 표하고 일어섬으로 존경을 표현하라고 하십니다. 우리가 부모를 당연히 공경하듯이 부모와 같은 어른을 깍듯이 예를 갖추어 대할 것을 말씀합니다.
이처럼 노인의 얼굴을 공경하는 것은 곧 하나님을 경외하는 것과 같은 의미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구약시대 이스라엘 사회는 노인을 공경하면서 믿음의 공동체를 든든하게 세워갔고 이 일을 통해서 부모에게 효도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그러므로 어려서부터 어른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은 그 지혜로 인생을 승리해 나가는데 큰 도움을 얻게 됩니다. 어른 공경은 하나님의 명령입니다.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일입니다. 디아코니아를 실천하는 사람은 센 머리 앞에서 일어설 줄 아는 자가 되어야 합니다. 이것이 하나님이 약속하신 복을 받는 길입니다. 이것이 인생을 승리하게 하는 힘이 됩니다. “네가 땅에서 잘되고 장수하리라”(엡 6:3)
김한호 목사
<춘천동부교회 위임목사•서울장신대 디아코니아 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