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 대통령 우남 이승만(李承晩, 1875~1965)의 이름 뒤에 붙는 칭호는 박사나 대통령이다. 그는 미국 하버드대학에서 석사, 프린스톤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리고 우리나라 1-3대 대통령을 지낸 정치인이다. 한편 그는 어려서부터 서당에서 한문을 공부하였고, 한학에 정통한 시인이었다. 그가 지은 한시(漢詩)가 272편이나 된다고 하니 그는 어엿한 시인이다.
유일하게 이승만이 남긴 ‘고목가’(古木歌)라는 국문시가 있는데, 영문 이름을 ‘Song of an Old Tree’라고 적었다. 우리말로 쓰인 이 시는 1898년 3월 9일 자 ‘협성회회보’에 실렸다. 이 시는 최남선이 1908년에 쓴 ‘해에게서 소년에게’보다 10년이나 먼저 쓴 것이기에, 이를 최초의 신체시(新體詩)라고 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대통령이라는 칭호에 가려 시인 이승만을 간과했기에 최남선의 시를 신체시의 효시라고 배운 것은 수정되어야 하지 않을까?
이승만의 ‘고목가’는 4행시 4절로 되어있다. 이는 당시 언더우드가 발행한 ‘찬양가’ 109장에 수록된 ‘유복지지’(有福之地)라는 찬송가 가사의 음수율(3·3·4 / 3·3·4 / 3·3·7 / 3·3·4)과 완전히 일치한다. 이 찬송가의 영문 가사는 앤드류 영(Andrew Young)이라는 스코틀랜드 시인의 작품인데 “There is a happy land, Far, far away”로 3·3·4조의 동일한 음수율이다.
이승만의 고목가 가사를 음수율에 구애받지 않고 이해하기 쉽게 현대어로 고쳐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당시 조선을 고목에 비유하고 친러파 관료를 딱따구리로, 애국지사를 포수로 비유하여 조선의 위기를 슬퍼하면서도, 봄과 같은 시기가 올 것을 염원하고 있다.
(1) 슬프다 저 나무 다 늙었네 / 병들고 썩어서 반만 섰네 / 심악한 비바람 이리저리 급히 쳐 / 몇백 년 큰 나무 오늘 위태하네
(2) 원수의 땃작새 밑을 쪼네 / 미욱한 저 새야 쪼지 마라 / 쪼고 또 쪼다가 고목이 부러지면 / 네 처자 네 몸은 어디 의지할까
(3) 버텨보세 버텨보세 저 고목을 / 뿌리만 굳게 박혀 든든하게 되면 / 새가지 새잎이 다시 피는 봄이 되면 / 든든한 뿌리에서 다시 자란 후에 비바람 두려워하지 않으리
(4) 쏘아라 저 포수 땃작새를 / 원수의 저 미물이 나무를 쪼아 / 비바람을 도와 쓰러짐을 재촉하여 / 넘어지게 하니 어찌할꼬
문성모 목사
<전 서울장신대 총장•한국찬송가개발원장>